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70대 노인의 성과 사랑을 다룬 우리나라 영화 <죽어도 좋아>를 보았다. 각기 배우자와 사별을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어느 날 공원 벤치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성에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은 영화였다.

실화에 바탕을 두었고 70대 연인의 성행위 장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점 등이 미리 언론에 알려져서인지 극장 안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어떤 사람은 만약 20대를 대상으로 이와 똑같은 영화를 찍었다면 아마 선정성 시비로 영화가 상영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 점이 곧 노인의 성에 관한 차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나는 이 영화가 대부분의 우리들이 갖고 있는 “나이 들면, 특히 70이 넘은 노인들은 성관계를 안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고 있어 새로웠다. 주인공 할아버지가 성관계가 끝나면 습관처럼 달력에 표시하는 동그라미 숫자는 거의 젊은 신혼부부의 성관계 횟수와 맞

먹고 있어 솔직히 놀라웠다.

물론 이와 같은 성관계 횟수에의 집착과 체력보강을 위한 할아버지의 국민체조 장면은 강한 남성상과 연결되면서 늙은 노인이라는 대비가 가져오는 씁쓸함이 너무 희화화된 점이 조금 안타깝기는 했지만 성의 문제점들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작은 목욕통에 둘이 들어가 비누거품으로 장난치는 장면이나 질투와 부부싸움, 화해, 그리고 넉넉지 못한 형편에서 꾸리는 그분들의 신혼의 일상, 성관계 장면이 참 정겹고 자연스럽게 표현돼 있어 감동적이었다.

지금껏 우리사회에서 노인의 성은 “연령별로 성관계는 일주일에 몇 회 정도 가져야 정상일까?”라는 흔한 질문에서도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어쩌면 혼전성교나 혼외성교처럼 노인의 성은 금기시돼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배우자와 이별하고 혼자 사는 노인들의 문제에서 성은 논외의 대상이다. 더구나 여성 노인인 경우엔 더더욱 성과 무관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노인도 당신의 성적 욕구나 성생활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죽어도 좋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을 하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일흔을 넘긴 나이에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이기에 더욱 열렬하게 성과 사랑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수 있으리라. 우리는 성과 사랑이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삶의 소중한 한 부분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또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정상이다, 저것은 비정상이다”라는 획일적인 잣대는 우리들의 삶을 하나로 규격화해 결국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젊거나 늙었다는 육체적인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성적 존재로서 나를 진솔하게 인정하고 스스로의 욕망을 존중한다면 그리고 이런 성을 소중한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가꿔간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경/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 여성학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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