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절반의 씨앗 가지고 있단 사실 가르쳐주길

※ 674호 눈높이성교육 ‘여자친구 다 모여라’에 대한 독자의견입니다.

유아성교육에 애쓰시는 방은경 교사의 노고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글 내용 중에 후일의 성교육에 반드시 참고하셨으면 하는 내용이 있어 글을 올립니다.

한국에서 양성평등교육을 함에 있어 가장 힘든 것은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이라는 그릇된 의식을 깨는 것입니다. 남존여비, 부계혈통제 등 남성중심의 문화와 제도는 공통적으로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이라는 무지에 근거해 있습니다. 양성평등으로의 이행을 가장 격렬하게 막고 있는 보수적 남성들의 뇌리에 뿌리 박혀 있는 것도 바로 그런 무지입니다. 그런 무지에 길들여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법원, 국회, 대학강단, 직장에서 강력한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남성중심의 사회를 보존하려는 수단으로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이라는 무지를 전통, 미풍양속, 한국의 뿌리 등으로 포장해 여성주의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 교사님의 다음과 같은 교육내용을 보면 바로 그 ‘남자는 씨, 여자는 밭’의 논리를 아이들에게 강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그럼 아빠는?” “아빠는 아기씨를 주지만 아기는 못 낳아요.”

“아기씨는 어떻게 주는지 아니?” “아니요.” “엄마 아빠가 결혼하면 줘요.”

“잘 알고 있구나. 여자는 뱃속에 아기방이 있다고 했는데 남자는 아기씨를 어디에다 둘까?”

“아, 맞아. 고추 속에 있다고 했어요.” “아니야, 알속에 있다고 했어.”

“여자는 뱃속에 아기방이 있고 남자는 몸밖에 있는 고추나 알에 아기씨가 들어 있구나. 아기방이 소중하다면 아기씨가 있는 곳은 어떨까?”…>

아빠와 엄마에게는 모두 절반의 씨앗이 있으며 그 절반의 씨앗끼리 만나야 비로소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가 태어난다는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인지해야 가부장제, 여성을 도구로 여기는 부도덕한 부계혈통제에 길들여지지 않는 미래의 남녀주역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부디 유아들에게 남녀(아빠, 엄마, 남자친구, 여자친구) 모두 절반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강조해주셨으면 합니다.

고은광순·koeunks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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