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지금 명동성당에서는 비두와 꼬빌이라는 두 이주노동자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신원이 드러날 경우 강제추방 당할 위협을 무릅쓰고 이들이 명동성당을 찾아든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 3월 12일 ‘불법체류자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오는 25일까지 자진신고를 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는 1년의 출국 준비기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출국 준비기간’이지 1년 내에 이 땅에서 나가란 거고 안 나가면 강제 추방시키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 순간도 단속의 공포로부터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이주노동자들은 1년만이라도 걱정 없이 살기 위해 출입국관리소로 향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안전장치가 만료되는 1년 뒤에는 현 사업장에서 다른 곳으로 도망쳐 계속 한국에서 일할 생각이라고 한다. 1년 뒤 대대적으로 벌어질 이주노동자 단속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비두와 꼬빌처럼 자진신고를 거부하는 이들은 지난 4월 21일 대규모 집회를 준비했다. 한국인처럼 종묘공원에 버젓이 모여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라고 목놓아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정원 경찰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로 특별단속반을 만들어 집회에 참가하면 모두 연행해 추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참석이 예상되는 주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신상을 파악해 사전에 공장에서 아예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고도 했다. 집회는 무산됐다. “불법체류 상태인 외국인이 집회에 참여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외국인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말할 권리는 없다”는 법무부 담당자의 말은 너무 강경하다 못해 잠시 옳은 말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야말로 인종차별이다.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만든 것은 한국 정부다. 온갖 힘들고 더러운 일은 다 시키면서 돈은 쥐꼬리만하게 주는 산업연수생제도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나마 좀 덜 열악한 ‘불법체류자’로서의 삶을 선택하도록 강요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이 조금씩 권리를 주장하자 ‘입 다물고 찌그러지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이들이 돈 많은 미국인이거나 유럽인이라면 이런 대접을 받겠는가.

정부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혈안이 돼 있으면서도 그들의 노동으로 우리 경제를 돕는 외국사람들은 몰아내기 위해 안달이 났다. 정부 관계자들은 1년의 출국 준비기간을 준 것도 엄청난 시혜를 베푼 거란다. 그리고 국민들 역시 ‘이주노동자가 늘면 안전에 위협받지 않을까.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생각하며 정부의 정책에 부분적으로 동조하는 눈치다. 하지만 몇 푼의 달러를 위해 미국의 세탁소와 독일의 탄광에서 ‘누렇다’는 소리를 들으며 온갖 수모를 당한 우리가 이제 꽤 살게 됐다고 이주노동자들의 존엄을 짓밟는 게 될 말인가.

1990년 유엔이 채택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조약’은 법적 지위에 관계없이 이주노동자들이 집회결사의 자유, 노동권 등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꼬빌과 비두가 “우리를 쓰다 버리는 나무젓가락처럼 취급하지 말라”며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한 지 열흘이 넘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26만명의 꼬빌과 비두를 내몰 궁리만 할게 아니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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