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는 뒷전…사건 서둘러 매듭짓기 급급

교사가 학생을, 혹은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최근 학교 안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으나 그 해결방식들이 모두 가해자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재발 위험을 방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천 구월여중에 근무하는 ㅅ교사는 2월 중순 수안보에서 있었던 교직원 연수에서 동료 교사인 ㄱ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화장실까지 따라와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고 엉덩이를 만지는가 하면 노래방에서는 부르스 추기를 강요했다는 것이 ㅅ교사의 주장이다.

연수에서 돌아온 다음날 ㅅ교사는 동료 여교사에게 이 문제를 털어놨고 전교조 분회 모임에서 공식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그 다음날 학교 양성평등위원회 위원들과 ㅅ교사는 교장에게 이 문제를 보고했고 교장은 ㄱ교사를 불러 사실 확인을 했다. ㄱ교사는 며칠 뒤 열린 직원회의에서 “연수에서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ㅅ교사께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ㅅ교사는 “시교육청에 ‘ㄱ교사와 한 학교에서 일하지 않게 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교감선생님께서 ‘ㄱ쪽과 ㅅ쪽의 진술을 받은 결과 희롱’이라는 내용으로 동부교육청에 보고했다고 해서 결과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후 동부교육청에서 실시된 8시간에 걸친 심문과정에서 ㅅ교사는 ‘범죄인 취급을 받는 듯해’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이후 동부교육청으로부터 온 회신은 더욱 기가 막힌 것이었다.

‘새벽 1시가 넘는 시간까지 기혼 여교사가 남교사를 따라 다닌 것만으로도 품행에 문제가 있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으로 피해자에게 오히려 ‘경고’를 보낸 것이다.

@7-1.jpg

▶최근 학교내 성추행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으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진은 영화 <여고괴담>의 한 장면.

“ㄱ교사가 일단 학교를 떠나고 단정치 못한 사람이라는 꼬리표 정도만 달기 원했던 건데 동부교육청에서 보내온 결정 이후 이제는 상황이 역전돼 오히려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한다. 동부교육청이 내린 경고는 정말 부당하다”고 말하는 ㅅ교사는 인천시교육청에 시정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 사건을 접한 인천지역 여성단체와 전교조 인천지회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직장에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가해교사의 처벌을 요구하고 교육청에 항의했다. 또 5월 8일 오후 4시에 있었던 인천교육감과의 면담을 통해서 “5월 20일 재감사를 실시하되 감사 참관인으로 여성단체 1명, 전교조 1명을 두기로 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현재 ㄱ교사는 교무실이 아닌 별실에서 업무를 보고 수업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며 ㅅ교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또 하나. 지난 5월 1일부터 7일까지 전교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90여 건에 이르는 잠실여고 관련 내용은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성추행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3박4일 일정의 경주 수학여행을 다녀온 잠실여고 1학년 16반 학생들은 담임인 ㄱ교사가 수학여행 기간 동안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며 5월 1일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게시판에 처음 글을 올린 학생에 따르면 “담임선생님이 29일 새벽 1시경 술병을 들고 들어와 아이들에게 같이 술을 마시자고 했고 반바지를 입고 있는 아이들의 다리를 더듬고 주무르기도 했다. 또 아이들에게 ‘함께 자러 가자’는 말을 서슴치 않고 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또 ㄱ교사가 평소 수업시간에도 수업 내용과는 관련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수업도중에 ‘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 단어에는 공이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니라 남자의 성기를 가르키기도 한다”고 설명하면서 “성기 중 고환이 어디에 있는지까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또 애마부인을 언급할 때는 “애마부인은 말을 타고 큰 가슴을 출렁출렁 거리며 다니는 여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학생은 “저는 잠실여고의 한 학생으로서 이런 선생님이 계속 이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번 일이 그냥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생겨도 계속 그냥 넘어갈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선생님께 계속 수업받기를 원치 않습니다”라고 말을 맺고 있다.

이 내용은 일파만파로 확산됐고 학부모들은 대표단을 구성해서 5월 4일 오전 8시 30분 교장과의 면담을 통해 “ㄱ교사의 퇴직과 학교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같은 재단의 다른 학교(일신여상, 일신여중)에도 보내지 말라”는 뜻을 전달하면서 5월 6일 오전 11시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이틀 뒤인 5월 6일 오후 4시 30분 학부모 대표와 교장이 다시 만난 자리에서 학교측은 ▲2002년 5월 6일자로 ㄱ교사를 재단 내 타교로 전출시켰으며 최소 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잠실여고 이동을 금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1학년 16반 학생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없어야 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고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된 이후 1학년 16반 담임은 가정과 여선생님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ㄱ교사가 옮겨간 일신여상의 학생들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