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5호 월드컵캠페인 기획기사

‘우리 안의 인종차별 없애자’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입니다.

다른 나라 욕할 게 아니다

보통 한국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비방할 때 정이 없네 어쩌네 하지만 전 대한민국 사람들이 ‘정이 많은 민족’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사회 선생님 이름이 canyon이었는데 몰상식한 한국애들은 그 선생님 면상 앞에서 대놓고 ‘개x 개x’하더라구요. LA 폭동도 사실 따지고 보면 흑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그 사람들을 함부로 대했던 한국인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요.

작년 여름인가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었는데 옆에 있던 어떤 아저씨(동남아 쪽 사람 같았음)랑 간호사가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그 아저씨 동생인가? 하여튼 누가 아파서 응급실로 데리고 온 것 같던데 불법 체류였나봐요. 돈 문제 때문에 얘기 중이었는데 병원에서 어찌나 매몰차게 대하던지. 내 옆에 누워있던 할머니한테는 엄청 사근사근하게 대했으면서. 게다가 동남아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티를 팍팍 내더라구요.

한국 사람들이 외국 사람들 대하는 거 보면 정말 심하죠. 중국인들은 짱깨, 야만인들이라 싫고 일본인들은 쪽바리라 재수 없고 미국인들을 비롯한 서양인들은 코쟁이 양키들이라 짜증나고… 맨날 다른 나라 사람들 욕하지만 한국사람들도 잘난 건 없는 것 같아요.

(indolent)

친절도 사람 가려서 베푼다?

한국인의 인종차별이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문제라고 봅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 A항공기를 타고 홍콩에서 돌아오는 길에 무슨 연유인지 동남아 근로자들로 보이는 분들이 많이 탑승했더군요. 그런데 스튜어디스들이 입국 신고서를 나눠주니 그들은 영어도 모르고 한국어도 몰라서 어떻게 적어야 할지 난감해 했습니다. 몇 명이 스튜어디스나 스튜어드를 불렀지만 들은 체 만 체하고 뒤에 서서 얘기하고 있더군요. 그전에 백인이나 한국인들에게는 오버 친절하던 그들이었는데 말입니다.

다행히 그중 태국인으로 보이는 스튜어디스 한 명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10여명이나 되는 동남아인들의 입국신고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참 씁쓸했습니다. 그 뒤로 그 항공사 CF만 봐도 왠지 가증스럽고… 가장 친절해야 할 서비스직의 사람들조차 이러니 일반인들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외국에서 한국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데 대해 흥분하기 이전에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한번쯤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arche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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