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는? 멀리 있기 때문이다. 만약 무지개가 우리 가까이에 있다면 그것은 눈에 띄지 않는 공기 입자일 뿐이다. 멀리 있는 무지개는 일종의 환상이 주는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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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정소연씨는 “개인적인 고비를 넘기고 나서 한층 성숙해지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세계의 여자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환상은? 바비인형일 것이다. 여성 자신이 아닌 타자에 의해 만들어진 이상적인 몸. 작가 정소연은 이 핑크빛 허무한 환상을 냉정한 현실로 만든다.

정소연의 네번째 개인전 <팝아트적 오브제>는 작가로서가 아닌 평범한 여성으로서 성장의 흔적들이 엿보이는 전시회다. 굵직한 인생의 변화를 겪고 난 후 만든 작품들을 모은 이번 전시는 여성이라면 공감할 만한 주제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그중 눈에 띄는 작품은 <인형의 집Ⅰ(인형옷-약혼)>과 <인형의 집Ⅱ(인형옷-새색시)>. 작가가 이혼 후 다시 바라본 약혼과 결혼이 드레스와 한복을 입은 바비인형으로 형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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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의 집 Ⅰ(약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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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Ⅱ(새색시)>

보통 사람 크기로 확대한 바비인형 패키지에 약혼식과 결혼식 때 입었던 드레스를 입혀 만든 <인형의 집Ⅰ>에는 정소연이 부순 환상이 담겨 있다. 역시 결혼식 때 입었던 한복을 입힌 <인형의 집Ⅱ>에서는 작가의 냉정한 시각이 더욱 부각된다. 그래서인지 금발에 파란눈을 가진 서구적 몸의 전형 바비가 우리옷의 전형인 한복을 입고서 짓는 미소에선 씁쓸함이 느껴진다.

바비인형이라는 억압적 환상과 약혼과 결혼이라는 작가적 현실은 투명 패키지에 담긴 객관적 상황이 된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혼 후 그 전에는 피상적인 핑크빛으로만 보이던 것들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깨달았다”는 정소연의 자각은 <부드럽고 따스한 욕조와 그 허물>로 이어지고 결혼과 이혼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엔 소개되지 않았지만 여성미술제를 통해 선보였던 <부드럽고…>는 핑크빛 털실로 짜인 실제 크기의 욕조와 욕조를 짤 때 사용한 허물이다. 대바늘로 3개월에 걸쳐 직접 짜서 만든 핑크빛 욕조는 전작 <인형의 집>에서의 바비 이미지와 이어져 있다. 겉보기엔 따스한 이미지의 욕조가 현실에선 한방울의 물도 담아 둘 수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누구나 꿈꾸었던 환상은 털실욕조에 담긴 물이 되어 허무하게 빠져나가 버린다. 욕조에서 빠져나간 헛된 환상의 앙금은 투명 이미지의 허물로 남는다.

작가는 “<인형의 집 Ⅰ·Ⅱ>는 직접 입었던 옷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에디션을 낼 수 없어 각별하다. <부드럽고…>도 3개월 이상 이 작품에만 매달릴 정도로 공을 들인 작품이라서 정이 간다”며 애정을 표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관객들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서는 이유는 관객의 공감대를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고비를 넘기고 난 작가의 창작물은 숨을 쉰다. 작가의 경험은 관객의 경험이 되고 그것은 작가와 관객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을 만든다. 작품은 더 이상 작가의 사유물이 아니라 대중의 것이 된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인 어려움을 넘기고 나니 작가로서나 여성으로서나 한층 성숙해졌다”는 작가의 고백은 “모든 불행은 행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들린다.

김지은 기자 lun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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