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성폭력 가해자 50%가 청소년과 어린이

정부와 지자체가 가해자 프로그램 제도화해야

유아성폭력 가해자의 50% 이상이 어린이,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나 이들 어린 가해자들에 대한 제도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시급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지난 4월 13일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가 주최한 ‘아동성폭력 피해자와 청소년 가해자 실태 및 대책’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은 “더 이상의 피해자를 예방하기 위해 성 학대 청소년에 대한 치료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상담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아동성폭행 가해자의 26.7%인 92명이 만14세 미만이고 만14세~19세가 86명으로 전체 가해자의 25.0%를 차지해 청소년 이하 연령층이 51.5%에 달한다. 특히 인터넷 등의 매체영향으로 청소년 성범죄는 눈에 띄게 증가 추세에 있지만 14세 미만 청소년들은 아무 조치도 없이 가정으로 돌려보내지고 있는 실정이다.

송영옥씨 등 아동 성폭력 피해부모들은 그동안 “성폭력 가해 청소년들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계속해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력 항의해왔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교육은 이제 막 개인, 상담소, 대학, 그리고 공적기관 등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수준이어서 대상 성폭력 범죄자의 1%도 안되는 극소수만이 혜택을 받고 있다.

권수현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 교육부장은 “상담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2~4회 단기 프로그램이라 응급처치만 가능할 뿐”이라며 “가해자들이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마음깊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된 성의식과 성행동에 대해 돌아보게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원숙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성 학대가 가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성학대 사이클’에 따라 가해 경험도 반복된다고 경고했다. 가해 청소년들은 성적으로 학대를 하면서 일정 정도의 만족을 경험하며 이런 쾌락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행동을 반복할 위험이 크다. 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일시적인 죄의식과 불안감, 무력감 등도 형성되고 이런 두려움은 자아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자신의 행위가 발각되는 것에 대한 공포로 인해 다른 인간관계나 학습이 뒤떨어지며 더욱더 착취적인 관계로 자신을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심포지엄에서는 가해 청소년 치료프로그램의 예로 △‘내가 한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자신의 가해경험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며 반대로 자신이 학대를 받았다면 어떠했을지 생각해보고 △왜 그런 일을 했는지에 대해 반성함과 동시에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범죄예방 계획을 세워 새로운 태도를 갖는 단계 등이 제시됐다.

참가자들은 “신상공개제도와 병행된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성 학대 청소년에 대한 치료에 나서야 한다”면서 “성범죄자들이 의무적으로 참가하는 지역사회 내 치료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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