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애우의 날 기념 공연이 열리기 직전, 다소 어수선한 메사 팝콘홀 대기실에서 가수 이은미씨를 만났다.

“제가 가진 음악적 재능을 나누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시원스레 말문을 연다. 본인이 가진 음악적 재능을 기왕이면 좋은 의미로 열리는 무대에서 함께 나누고 싶다는 넉넉한 마음 탓일까. 요즈음은 부쩍 단체행사나 기금마련 콘서트에서 손을 내미는 일이 많다.

“사실 출연료 때문에 가수 부르기가 부담스럽잖아요. 저야 준비해 주시는 대로 받고, 안 받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많은 곳에서 용기를 가지고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겸손하게 미소짓는다.

그런 그가 아줌마마라톤·시민걷기 대회 행사에 참여한다.

이은미씨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이 이 세상에 굶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현실”이라고 한다. “저는 많은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조금씩 나누는 마음을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따뜻한 마음, 나누는 마음을 위해 한국의 ‘아줌마’들이 달렸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인다. 환한 웃음 사이로 강인한 에너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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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씨는 오는 5월 26일 ‘단독공연 500회 기념 콘서트’를 맞이한다. 대중가수로 오랫동안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에서 이은미씨가 여성 뮤지션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활발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똥고집’ 때문이다.

“어떤 자리에서도 당당해지려고 노력할 것, 후회할 일은 하지 말 것” 늘 이 말을 스스로에게 되뇐다고 한다.

“PD가 갑자기 ‘이은미씨 동요 해’라고 말해요. 그러면 부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방송 출연 한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가 제게 맞는지,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리인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정중히 거절합니다.”

이은미씨에게 있어 그러한 고집은 “재능을 나누는 대중에 대한 약속”이며 “많은 후배들을 위한 선배가수의 역할”이다.

문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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