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들 이기주의 극복해야 가능

“몇년 전 미국에 다녀온 경험을 통해 장애인으로서의 삶이 사회마다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워싱턴에서 열린 장애여성 리더십포럼에 참석했던 장애여성공감의 박영희씨와 배복주씨. 포럼에 참석하고 디트로이트에서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타려는데 때마침 비행기 연착으로 하루를 머물게 됐다. “근처 모텔에 갔더니 같은 비행기에 타려던 한국인들로 붐볐어요. 앉을 수 있는 곳은 이미 다 사람들로 채워진 후였죠. 나(박영희씨)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배복주씨는 다리를 절었는데 사람들은 그냥 흘끗 쳐다보고 말더군요. 하는 수 없이 배복주씨는 그냥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그때 프론트에 있던 직원이 두 사람을 불러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접수를 하도록 도와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가까운 자리를 드릴까요?” 직원은 이것저것 상세하게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묻고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를 설명해줬다. 그런데 두 사람이 체크인을 하고 있는 동안 기다리던 한국인 손님들이 직원에게 “왜 이렇게 늦냐”며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직원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는 장애인 우선이다. 기다려라!’ 같은 한국인으로서 너무 민망했어요.”

이들이 머문 곳은 작은 모텔인데도 층마다 장애인 전용방이 마련돼 있었다. 물침대까지 갖춰진 넓고 편안한 방에서 두 사람은 ‘확실히 다르구나!’하고 느꼈다.

다음날 김포공항에 도착한 박영희씨와 배복주씨. 미국에선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먼저 승차하고 먼저 내리지만 한국선 정반대다. 비장애인들이 짐을 챙겨들고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에야 나올 수 있었다. 공항에선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과 짐차들이 박영희씨가 탄 휠체어를 이리저리 치고 지나갔다. 박영희씨의 몸은 휠체어와 함께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렸지만 그들은 사과 한 마디 없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이제 한국에 온 거야!”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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