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이희원씨가 장애 때문에 제천시 보건소장 임용을 거부당한 데 대해 서울대 김용익 교수가 낸 진정 1호와 관련해 “피해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미흡한 점이 많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유일한 임용대상자인 피해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타 지역 근무자를 전입시켜 임명한 점은 신체 장애를 이유로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차별행위’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이에 따라 권희필 제천시장에게 시 행정에 차별적 제도와 정책이 있는지 조사해 개선하고 앞으로 신체장애를 이유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진정인이 요구한 △인사조치 철회와 원상회복 △사과광고 게재 △제천시장직 사퇴와 차기 시장선거 불출마 선언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제천시장이 차별행위를 한 것이 제3자인 후임 보건소장의 임용을 취소할 근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자발적 윤리 판단에 기초하지 않은 의사표시를 공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사과광고도 권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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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 1호인 제천 보건소장 임명 사건에 대해 차별이라고 판단했으나 적극적 구제조치를 취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됐다. 사진은 제천 보건소장 임명에 대해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제천시장 장애인차별 공동대책위원회는 이에 대해 “차별행위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앞으로 있을 차별행위에 대해 재발방지를 권고한 것은 인권의식 향상에 기여한다는 국가인권위의 설립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구제조치가 없는 데 대해서 “인권위의 자의적 권한 축소, 더 나아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직무유기”라며 유감을 표했다.

안선영 변호사는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은 국가인권위가 단지 양심의 자유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며 사과광고를 권고하지 않은 것은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지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임용대상자가 이희원씨 한명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제3자를 충북으로 전입시켜 임명한 것은 차별행위를 위한 것이므로 무효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권위가 장애인 관련 법·제도의 문제점을 조사과정에서 언급하고 관계부처에 시정을 권고해 기본적 인권수준을 향상시키길 원했다”며 “이번 결정은 인권위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마저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진정 1호 사건이 갖는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인권위가 지자체에 장애인 차별 관련 직권조사를 하는 등의 적극적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 정강자 비상임위원은 “법원은 강제를 하지만 인권위는 권고를 하는 조직이고 앞으로 들어올 진정 중 차별·인권침해에 대한 반성,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앞으로 장애인 임용차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또 국가인권위에 어떤 형태로든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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