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 부산대 총여학생회는 보궐 선거를 통해 ‘중심에서 주변으로, 수직에서 수평으로 그녀들의 이야기(허스토리)’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이 당선됐다. 허스토리 총여학생회는 이미 소개된 바와 같이 기존의 학내 여성운동 단위들이 연대해 선거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선거결과 이후 당선자 사퇴 등 난항을 겪기도 했던 부산대 총여학생회의 박김혜정(국어국문 4)씨를 만나 그간의 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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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총여학생회 ‘허스토리’의 박김혜정씨.

- 선거에 당선 된 것을 축하한다. 간단한 당선 소감은.

“부산대에서 처음으로 ‘여성주의’ 총여학생회 기치를 내걸고 활동하게 돼 긴장되고 설렌다.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이번 선거에서 주로 내건 기치는.

“허스토리 선본이 올해 가장 최선두에 내놓은 것은 ‘반성폭력 사업’이다. 또 때마침 3월 선거를 즈음해 신입생 환영행사가 있어 이들이 가지고 있는 군대·권위주의 문화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 기존의 학생회 선거가 대표자 중심, 인물 중심적이었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후보자 없이 ‘모두가 대표자’라는 것을 주된 기치로 내걸었다.”

- 이번 선거에서 신선하고 특이한 방식들이 많이 선보인 것으로 안다. 소개한다면.

“부산대 내에서 서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하던 두 집단(부산대 페미니즘 웹진 <월장>과 기존 총여학생회)이 ‘여성주의’의 이름으로 연대를 시작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후보자 없이 선본이 출마했다는 것도 특이하다. 선거에 내놓은 출사표를 통해서는 단 두 명의 후보가 아닌 선본을 구성하는 모두가 얼굴을 내보였고 어디 학교, 무슨 조직의 대표라는 등의 약력이 아닌 총여학생회에서 각자가 어떤 일을 할 계획인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우리의 시도가 낯설기도 하지만 앞으로 있을 학생회 선거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길 기대한다.”

- 선거를 진행하면서 힘들었거나 보람찼던 일이 있다면.

“열 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9천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선전하고 우리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선거가 ‘축제의 장’이라고 하지만 이런 것을 감당하기 힘겨웠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통해 평소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부산대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고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 선거과정에서 혼선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거기간 동안 ‘여성주의적 학생회에 대한 생각’과 관련해 엇갈린 부분들이 발생해 당선자가 사퇴했다. 이것은 연대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한 관계로 아쉬움이 남지만 선거세칙에도 문제가 되지 않고, 애초 총여학생회는 한 명의 대표자가 아닌 모두가 대표자라는 생각으로 나선 것이기 때문에 총여학생회를 이끌어가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 앞으로 총여학생회를 이끌어 갈 나름의 각오를 밝힌다면.

“학생회가 기본적으로 대의제이고 대표체이긴 하지만, 허스토리 총여학생회는 소외와 배제를 낳을 수밖에 없는 대표체를 최대한 지양하면서 대안적인 학생회의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여학생들이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소통하며 ‘그녀들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 다양한 감수성이 담긴 퀼트처럼 곳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을 담아 내는 총여학생회가 되겠다.”

김장 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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