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세력화 첫걸음 ‘나부터 실천’

진주시 이현동 윤경순씨

경남 진주는 여성의원이 전무한 곳이다. 윤경순씨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단 한 명의 여성도 의회에 진출하지 못한 보수적인 진주에서 시의회 의원에 출마하는 첫 번째 여성 후보이기도 하다.

현재 진주여성민우회 생활자치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망설였다.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었어요. 특히 진주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꼭 필요한 곳인데 그런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내가 타인에게만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니 참 모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여민회 활동과 마찬가지로 시의회 진출은 또다른 대안운동이 될 것을 분명히 확신하고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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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진주시의회 시의장은 구속 상태에 있고 과거 4명의 진주시의회 의장 가운데 3명이 부정과 비리로 구속된 바 있는 진주시의회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의회 의장직을 돈으로 사고판 오명을 안고 있다. 이런 부끄러운 현실을 인식한 시민단체들이 연대해서 ‘올바른 진주시의회를 만드는 시민위원회’를 결성하고 4명의 시민후보를 내세울 예정이다. 그 중 한 사람이 윤경숙씨다.

그의 지역구는 이현동. 인근 산청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위치해 예로부터 숯골이라고 불렸던 이곳은 주변환경이 좋아 ‘살기 좋은 동네’로 꼽힌다. 한번 들어와 살면 쉽사리 떠날 수 없는 곳이라고 한다.

이현동에서 태어나 학교도 이곳에서 다닌 그는 결혼으로 잠시 고향을 떠났던 시간을 빼고는 줄곧 ‘이현동 40년 토박이’로 살고 있다.

“내 고향 이현동은 서민아파트 단지와 토박이들이 주로 사는 주택가가 반반 정도 나뉘어 있어요. 저는 특히 저소득층과 일하는 여성들의 자녀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싶어요.” 이 일은 기초의원 선거 당락과는 무관하게 추진하려고 할만큼 그는 애착을 갖고 있다.

그의 사회 참여는 어느날 생활정보지에서 발견한 작은 광고문구로부터 시작됐다. ‘여성문제에 관심 있는 분은 함께 공부합시다.’

“모두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제 희망입니다. 여성학 공부를 하는 소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구요.” 이후 여성권익신장모임 회장을 맡고 있을 때 삼일유치원 원장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그 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소모임들이 결집해서 진주여성민우회를 만들었고 그는 창립 공동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공동체와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 시작한 여성운동이었지만 아는 만큼 실천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털어놓는 그는 “이제서야 용기를 낸 것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지방의회 과반수를 차지해야만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진주=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

세상을 바꾸고 있는 당당한 여성

고양시 일산구 풍동 김수경씨

고양시에서 김수경씨는 유명인사다. 소문난 ‘싸움꾼’으로 통하기도 하는데 그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역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현재 ‘시민자치를 위한 젊은 일꾼모임’의 공동대표인 그의 지역구는 고양시의 ‘센트럴파크’라 칭할만큼 푸른 숲을 간직하고 있는 풍동.

경의선을 사이에 두고 눈 앞에는 반듯반듯한 계획도시 일산신도시가 펼쳐져 있고 그가 살고 있는 풍동도 머지않아 택지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그가 고양시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혼살림집으로 장만해 살고 있던 5층짜리 미니 아파트 단지 앞으로 25층짜리 매머드급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 것.

“말도 안된다고 시청 앞에 가서 항의했죠. 5층짜리 앞에 25층이면 도대체 햇빛은 언제 보고 살란 말이냐 하면서 막 따졌어요. 연일 계속되는 아파트 주민들의 시위로 결국 시에서도 두손두발 다 들었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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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파는 트럭이나 나타나야 현관문을 열고 나왔던 김수경의 오늘을 있게 한 이 최초의 사건을 승리(?)로 이끈 후 그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게 이어진다.

“큰 아들은 경의선 철길 건너 6차선 도로 폭만큼의 지하보도를 걸어 백마초등학교에 다녔어요. 헌데 그 으슥한 지하보도에서 불량배들에게 용돈을 털리기도 하고 심지어 여학생들은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들의 힘을 다시 모았죠.”풍산초등학교 설립 추진위원장으로 머리에 띠를 두른 후 3년 만에 풍동에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과학시범학교인 초등학교가 들어서게 됐다.

또 있다. 백마 화사랑으로도 잘 알려진 풍동 애니골이 관광지역화 된 후 숙박단지가 들어설 계획이 있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한 그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내 심의위원장을 찾아갔다.

“가족 단위로 놀러 오는 곳이고 대학생들이 추억을 만들고 가는 곳에 숙박단지라니요. 그렇게 되면 난장판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하잖아요. 그래서 아파트 단지 앞에 러브호텔이라니 말이 되냐, 제2의 장흥을 만들려고 하느냐면서 숙박단지는 절대로 안된다고 설득했죠.”

그러나 러브호텔이 발을 붙이지 못한 청정지역 풍동도 이제 곧 포크레인이 들어와 땅을 파헤치게 된다. 지난해 고양환경운동연합 간사로 일했던 김수경씨가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기 전 갈등과 번민이 많았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풍동지역이 택지개발 예정지역으로 결정됐고 어차피 개발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후보로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도시계획 설계도는 나와 있겠지만 저는 시의원에 당선되는 순간부터 풍동 8만평 숲을 최대한 살리도록 설계 변경을 강력히 주장하려고 합니다.” 그의 이런 자신감 뒤에는 ‘그를 지지하는 주민들’이 막강한 ‘백그라운드’로 버티고 있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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