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마라톤 대회의 믿음직한 전사들

빨간 티셔츠에 힙합 청바지를 입었다. 머리엔 노란 두건도 둘렀다. 오빠부대가 아니다. “월드컵 경기장에 붉은 악마가 있다면 아줌마 마라톤 대회엔 우리가 있다.” 이들은 바로 아줌마 응원단. 상암동 부녀회를 중심으로 결성된 이들은 5월 5일 제2회 아줌마 마라톤&시민걷기대회의 응원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20여명에 이르는 응원단을 총지휘하고 있는 주인공은 강양자 상암동 부녀회장. 그는 “아줌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웃음도 전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이들은 첫날부터 4시간여 동안 연습을 하는 등 연일 강행군을 하고 있다. 이들이 일주일에 3번씩 모이는 장소는 마을금고 지하. 금고 측의 배려로 연습실로 단장해 쓰게 됐다. 지금 연습하고 있는 곡은 클론의 ‘월드컵 송’. 쉽고 신나는 멜로디에 맞춘 율동은 여느 댄스팀 못지 않게 신명난다. 그러다 보니 한참을 뛰고 나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어느새 반소매 옷도 어깨까지 걷어붙이게 된다. 힘들어 뵈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1시간 뛰고 10분 쉬는 시간에도 거울 앞에서 “이게 왜 잘 안되냐”며 연구하기 일쑤다.

아줌마 응원단은 30대 주부 초보부터 60대 주부 9단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보니 빠른 동작은 젊은 주부들이 나서 시범을 보인다. 그래도 잘 안되는 부분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서로 ‘과외’를 해주기도 한다.

@17-2.jpg

꼬박꼬박 쉬지 않고 연습에 나오는 조금순 주부는 “나이를 먹으니 젊은 사람들보다 박자 맞추기가 쉽지 않네”라면서도 “동작이 재미있어 힘든 줄 모르겠다”고 미소짓는다. 운동을 좋아해 요즘도 매일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조깅을 한다는 강양자 회장도 “첫날은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근육도 당기더라”며 발개진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그래도 “내가 늘어지면 다른 회원들의 힘도 빠진다”며 힘이 들 땐 오히려 “자, 우리 한번 더 맞춰 봅시다”라고 외쳐 늘어진 고삐를 잡아챈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는 예순 나이를 무색케 한다.

응원단 연습 때문에 다니던 헬스클럽도 쉬고 있다는 김옥랑 주부는 “응원연습이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며 자랑이다. 어째 동작이 심상치 않다 싶었던 김옥랑 씨는 알고보니 또래인 김복순 주부, 문금숙 주부와 함께 에어로빅을 꾸준히 해왔단다.

상암동 부녀회는 독거노인 돕기 운동, 새서울 자원봉사 센터와 함께 에스컬레이터 바로서기운동을 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에 앞장서온 단체다. 강 회장은 “지난 겨울에도 혼자 사는 노인들께 김치를 300포기 정도 담가 전했다”고 소개하면서도 쑥스럽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아줌마 응원단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그간의 부녀회 활동을 통해 다져진 ‘정’. 응원 연습을 하면서도 사이사이 사회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 주말이면 다같이 등산도 하고 야유회를 가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5월 5일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만나자”고 외치는 아줌마 응원단의 마음은 벌써 대회장에 가 있다. 벌써부터 상암동 아줌마 전사들이 뜨겁게 달굴 마라톤 대회의 열기가 느껴진다.

<김지은 기자 luna@womennews.co.kr>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