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인 상식’을 깨고 자신만의 결혼식을 한 이들이 있다.

#1 양가가족들과 괌으로 결혼여행

가장 유명한 사람은 딴지그룹 김어준 총수. 그는 괌으로 결혼식 여행을 갔다. 말하자면 괌에서 결혼식을 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고 싶은 건 하자”는 그의 가치관 때문. “해질 무렵 해변가에서 하는 결혼식을 꿈꾸어왔다”는 그는 결혼식 장소를 괌으로 정하고 양가 직계가족만의 결혼식 여행을 기획했다. 장소는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마당이 있는 괌의 한 호텔. 호텔 측의 협조로 뜰에 야외 천막과 뷔페를 준비했다. 옷과 머리는 현지 마을에서 해결. 비용은 양가에서 반씩 부담했다. 그의 어릴 적 바람대로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예식은, 아니 잔치는 시작됐다. 그리고 그 다음날까지 양가 가족만의 즐거운 여행이 계속됐다. 결혼여행담으로 그는 아직도 주위의 부러움을 산다.

#2 지인들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결혼식

계간 <버디>의 한채윤 편집장도 아름다운 결혼식 추억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997년 동성애자로서는 흔치않은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장소는 서울 모대학의 교수식당. 실내 양벽이 통유리로 돼있어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 맘에 들었다. 주례는 세우지 않았다. “주례는 원래 나이든 남자어른이 하잖아요. 그런 형식적인 관습이 싫었어요. 게다가 가부장적이라는 생각도 있었구요. 혼인서약은 두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한씨와 한씨의 파트너(그는 자신의 동반자를 ‘파트너’라고 불렀다)는 서로가 어떻게 만나게 되어 사랑하고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편지로 각색해 읽었다. 그리고 그들을 축하해주러 온 200여명의 손님들 앞에서 사랑의 서약을 했다. 그러나 한씨에게 결혼식이 소중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우리 결혼식은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준 결혼식이었어요. 어떤 분은 케이크를,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연주를, 그림을 그리는 친구는 그림을 그려주었지요.” 한씨는 카페트, 그림, 방명록 등 결혼식에 쓰였던 물건들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3 경쾌하고 자유로운 만남의 장으로, 야외 결혼식

미래영상연구소 정근원 소장(조선대 겸임교수)도 결혼식 얘기로 제자들에게 늘 부러움을 산다. 그의 평소 지론은 “결혼식은 편하고 자유롭게, 그래서 모두가 와서 자연스런 만남이 되고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예복도 거창한 웨딩드레스가 아닌 깔끔한 아이보리색의 원피스를 입었다. 면사포는 사양했다. “중학교 때부터 면사포를 쓰지 않으리라 결심했거든요. 여자는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그래서 가둬두려는 느낌이 들어서 싫었어요.” 대신 직접 만든 화관을 썼다. 예식은 서울 국군회관 앞뜰에서 했고, 음식도 뜰에 마련해뒀다. 정 소장은 입장도 남편과 손을 잡고 하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경쾌하게 입장했다. “외국에서도 우리처럼 일률적인 결혼식은 없지요. 자기 결혼식인데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해야 의미있는 거 아닌가요?”

이들의 개성있는 결혼식은 모두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평소 생각대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결같이 “주위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어려운 일도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김지은 기자>

='내 결혼식...' 이야기마당가기=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