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1. 준비운동 - 내 몸에 이름 붙이기

2. 습관, 중독의 덫 부수기

3. 여성 창조의 원천, 자궁 그리고 성

4. 운동과 놀이로 모두 태워버려라

5. 몸과 마음의 질병과 치유

수많은 단식원과 헬스클럽, 피부미용업소엔 사람들이 넘쳐나고 다이어트 식품은 종류를 헤아릴 수 없게 됐습니다.

또 성형외과도 한집 걸러 하나씩 보일 만큼 크게 늘었습니다.

이렇듯 여성의 몸이 가부장제의 시선이란 틀에 찍히면서 여성의 건강과 창조성은 점점 왜곡되어 갑니다. 본지는 이번 호부터 5회에 걸쳐 연재되는 ‘내몸 사랑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 스스로 몸의 즐거움과 건강을 모색할 기회를 마련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도 텔레비전 그리고 수많은 미디어의 광고엔 늘씬한 미인들이 넘쳐난다. 그야말로 ‘쭉쭉빵빵’인 이들은 정말 살아있는 사람일까 싶을 만큼 완벽한 몸매를 가졌다. 어디 몸매뿐이랴. 뽀얀 피부에 커다란 눈, 오똑한 코를 가진 그녀들은 매혹적인 미소를 날리며 소비의 손짓을 보낸다.

많은 남성들은 매혹적인 그녀들 앞에 사정없이 무너져 어느새 그녀들을 꿈꾼다. 그런 꿈은 점점 더 깊이 내면화되고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높이 모셔놓게(?) 된다. 당연히 현실에서도 그녀들과 닮은 사람을 찾게 되고 혹 미모의 여자를 배우자로 혹은 여자친구로 갖게 된 남자는 대번에 목이 뻣뻣해진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여자들은 “여자도 아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마찬가지로 ‘그녀’들이 부럽다. “외모가 실력”이라고 말해지는 험한 시대에 어쨌든 그녀들은 운좋게 잘도 타고 났으니 “이미 반은 따놓은 셈”이란 생각이 든다. (연예인 공화국인 이 나라에서는 반반한 얼굴과 몸매는 돈을 쓸어모으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는 뭐지?” 하는 데까지 이른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은 얼굴에 몸매마저 변변찮다. 세 겹의 뱃살, 빈약한 가슴, 통자 허리와 치명적인 무다리…. 내 몸의 결함이야 일일이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고 창피해서 드러내놓고 그런 약점을 얘기하지도 못한다. ‘그녀’들과 조금이나마 비슷한 외모를 갖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노력하거나 감추어야 한다.

그런 마음을 먹으니 내 몸이 밉기만 하다. 미워하는 몸은 잘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보는 것이 고통이다). 물론 애정어린 손길로 만져준 적도 없다. 병은 미움 속에서 싹터 어느새 깊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대상은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세상의(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남자들 혹은 자본의 요구에 밀려 내 몸을 극도로 미워하고 있었던 게 많은 여성들의 현실이다.

나자신 위해 정성껏 목욕을

발을 닦으면서 발에게

“그동안 고마웠어”라고

또 가슴을 닦으면서

“이렇게 귀여운 줄 몰랐어”

이제 그런 바보스러운 일을 그만둘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들은 내 몸 사랑하기 프로젝트를 실천해보는 거다. 여성의 몸을 둘러싼 현실이 허구라는 사실을 알고 내 몸을 사랑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이미 반은 한거다.

먼저 준비운동을 해야겠다. 그건 목욕이다. 집의 목욕탕이 이상적이지만 대중목욕탕도 좋다. 대중탕을 갈 때는 마치 수도하러 떠나는 사람처럼 짐짓 진지하게 목욕용품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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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아주 정성껏 목욕을 한다. 남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과 내 몸을 위해서다. 정성껏 닦으면서 세심하게 몸을 들여다보자. 내 몸인데도 “이렇게 생겼었나” 싶을 만큼 낯설 수도 있다. 그리고 몸에게 말을 건다. 발을 닦으면서 발에게 “그동안 고마웠어. 그리고 너의 노고를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얘기해준다. 또 가슴을 닦으면서 “너를 많이 구박했지? 작지만 이렇게 귀여운 줄 몰랐어”라고 사랑을 가득 담아 얘기해주는 거다. 그렇게 몸 구석구석까지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얘기를 하는 거다. 김춘수의 시 <꽃>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처럼 우리 몸을 불러주는 거다. 꽃으로 활짝 필 수 있도록.

거울을 본다. 몸 전체를 다 비출 수 있는 큰 거울 앞에 서서 ‘사랑의 시선’을 몸 곳곳에 쏘아준다. 그리고 이런 말을 주문처럼 외운다. “너는 너무 아름다워. 너처럼 아름다운 몸을 갖게 되어서 고마워. 이젠 늘 소중하게 다루고 사랑해 줄게.”

아마 이때쯤 눈물이 흘러나올 지도 모른다. 내 몸이 온전히 내 것인 적이 없었으므로.

지은주/몸사랑을 실천중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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