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우/한국 이주노동자 인권센터 소장

지난달 21일 정부는 월드컵을 대비한 ‘불법체류 외국인 종합관리대책’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출국 기간 1년을 주고 이 기간 내에 출국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신고조건으로 5월 25일 이후 1년간의 체류연장 신고를 해야 하는 출국자는 반드시 취업하고 있어야 하며 일하고 있는 곳의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 대해 출국 보장 보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근무지는 신고한 곳의 사업장에만 국한돼 공장을 옮길 경우 체류 연장이 취소되며 강제 출국을 당하게 된다. 또한 월드컵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증가를 막기 위해 10개월간 대대적인 단속을 강행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책안은 실행하기도 전에 여러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첫째 사업주의 보증을 전제로 한 체류 기간 연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유린을 가중시키고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의 출국을 보증한 사업주는 노동자의 여권을 압류하고, 출국을 빌미로 임금을 장기간 체불할 수 있다. 또 이들이 작업장을 옮길 수 없는 약점을 이용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작업장내 폭언과 구타 등 현재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인권유린을 자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체류 연장 허가를 기피하고 있고, 그 등록률도 아주 저주한 실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안은 현재 30만에 이르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무런 대책이 강구되어 있지 않은 임기응변식 월드컵용 정책이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출국시키고 그 대체인력으로 현재의 산업기술연수제도를 확대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현재 운용되고 있는 산업기술연수제도는 과다한 송출비용과 뇌물수수, 저임금과 강제노동, 인신구금 등의 문제로 하루 속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이권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산업기술연수제도를 더욱 확대시켜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불러올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미등록 노동자들이 1년 안에 모두 출국할 경우 이들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익힌 한국어와 생활 문화, 숙련된 기술력을 메울 대체노동력이 전혀 없어 공장 가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책안은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훨씬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빈축만 살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 속히 이주노동자들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노동법을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현재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모두 강제 출국시킬 것이 아니라, 새로이 제정된 제도 속에 편입시켜 강제 출국으로 빚어지는 인권유린을 사전에 예방하고, 30만명의 미등록 이주 노동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오는 영세업종의 인력난과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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