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아줌마마라톤대회 현장

오랜만에 하늘이 맑게 개인 지난 일요일. 우리 가족은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월드컵 경기장으로 나들이를 갔다. 월드컵 경기장과 우리 집은 서로 이웃해 있어 자주 지나쳐 다녔지만, ‘등잔 밑이 어두워’ 정작 마음먹고 구경하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암동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흉물스런 쓰레기 산만이 우뚝 서 있고 휑한 먼지만 일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그 모습을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별천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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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공원은 오는 5월 1일 공식 개장한다. 이어 5월 5일에는 제2회 아줌마 마라톤 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는 공고를 접하고 보니 꼭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번 마라톤 대회는 월드컵 경기장 개장 후 첫 행사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선수들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행사라니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대회의 슬로건도 ‘아줌마가 달린다!!! 16강이 보인다!!!’로 정해진 듯하다.

아이들의 성화에 월드컵 주 경기장을 돌아보았다. 경기장엔 마침 4월 30일까지 ‘월드컵 경기장 찾아보기 운동’ 기간이어서 쉽게 입장할 수 있었다.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끝내고 경기장 내부로 들어갔다. 홍보실에서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것이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서기까지의 난지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방이었다.

난지도는 ‘쓰레기의 대명사나 버려진 땅으로 여기지만 옛날에는 철 따라 꽃이 피며, 늙은 소가 송아지를 거느리며 대여섯 마리씩 무리지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수만 마리의 겨울 철새가 즐겨 찾던 광활한 초원의 섬’이란다. 바로 그곳에 세계인의 축제 한마당이 펼쳐질 월드컵 주 경기장이 들어선 것이다.

홍보관을 지나 경기장 안쪽에 들어가니 잘 가꾸어진 잔디구장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바로 저 그라운드가 각국에서 온 선수들이 6만이 넘는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경기를 펼칠 곳이다. 구경온 꼬마 녀석들은 커다란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자 놀라워하며 손을 흔들었다.

경기장 뒤쪽 ‘상암 놀이마당’에서는 갖가지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구경온 꼬마들이 캐릭터(바름이, 고은이, 발로차)를 신기한 듯 만져도 보고 사진도 찍고, 무대에서는 락 밴드 공연이 한창이었다. 굴렁쇠 돌리기,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민속놀이 한마당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었다.

제일 가뿐하게 뛸수 있는 3km는

월드컵 경기장 남문옆 공터에서 출발

구름다리 지나 하늘공원 돌아오는 코스이다

경기장 주변 환경은 계속 공사 중이라 황량한 감이 있었지만 마라톤 코스를 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는 터라, 코스라도 답사해보면 완주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 하고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조금 생겨났다. 마라톤의 출발점은 경기장 남문 옆의 공터에서 시작됐다. 구름다리를 지나 하늘공원 옆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제일 가뿐하게 뛸 수 있는 3㎞ 코스이다.

덤프 트럭이 흙 길을 오가는 바람에 뿌연 먼지를 뒤집어쓰곤 하며 빠르게 걷다보니, 5㎞ 코스의 돌아오는 장소인 아치 모양의 다리를 만났다. 10㎞는 하늘공원과 친구해서 나란히 서있으며 환경문제로 잡음이 많았던 ‘대중 골프장’(노을공원)을 돌아서 오는 코스다.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 하는 아줌마로서 10㎞ 마라톤 코스는 무리임을 진작부터 알고 있기에 답사(?)에서 빼기로 했다.

아직 경기장 주변 공원의 모습은 막 돋아나기 시작한 새싹들과 군데군데 조경용으로 심어놓은 소나무 등이 전부라 할만큼 황량한 분위기다.

하지만 아줌마 마라톤이 열리는 5월초가 되면 싱그러운 초록빛 세계가 모두를 반겨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가족도 이번 마라톤에 단체참가 신청을 하기로 했다. 짧은 코스나마 완주하기 위해 날마다 조금씩 걷고 뛰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온 가족이 마라톤 완주에 성공하면 월드컵 16강 진출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을까.

이덕희/줌마네 소속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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