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폭력을 고발하고 해결키 위한 최초의 대학생 연대기구가 결성됐다. 서강대, 경희대, 동국대, 연세대, 고려대 여학생 조직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교수 성폭력 뿌리뽑기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지난 달 4일 첫 모임을 갖고 대학 내 교수 성폭력 사건에 공동대응하기로 결의했다. 이어 3월 15일 동국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신촌일대에서 대대적인 거리시위를 벌이는 등 교수 성폭력 예방 및 해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홍보전을 펼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대 관악 여학생 모임, 여성해방연대,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끼리끼리 등이 함께 해 지지를 표명했다.

유형별 대처 신고소 마련 법적대응도 함께

실효성 있는 학칙 개정, 예방교육 강화해야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은 교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범죄행위로 규정할 것 △총장 및 교수진은 교수사회의 명예와 도덕성을 위해 가해자를 처벌할 것 △총장 및 교수진은 교수 성폭력 예방 및 실질적 징계를 위해 반성폭력 학칙을 실질적으로 제정·보완할 것 △학생들은 성폭력 없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적극 동참할 것 등을 촉구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장 이김경진(인문학부 3학년)씨는 “앞으로 교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더 많은 대학과 단체가 참여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앞으로 교수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익명이 보장되는 신고소 마련 및 법적 대응까지 연대해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연대회의의 참여 학교인 서강대와 경희대, 동국대는 지난 해 학내 교수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강대의 경우(본지 제652·654호 보도) 지난 해 10월 대학원 지도교수인 ㄱ교수가 학생인 ㅊ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언어 성폭력 및 성추행을 가한 사건으로 이후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교수퇴진운동을 벌여온 한편 현재는 피해학생 ㅊ씨가 ㄱ교수를 고소해 소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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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성폭력 문제를 바르게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처음으로 힘을 모았다. 기자회견에 앞서 서강대에서 첫 전체모임을 가진 ‘교수 성폭력 뿌리뽑기 연대회의’ 운영주체들.

서강대 여성위원회 관계자는 “(교수 성폭력은) 피해자가 대학원생인 경우 자신의 학위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수 성폭력의 특수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덧붙여 “교수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학생에게 음모론(피해학생이 꾸민 음모다), 애정론(제자인 너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다), 정신병자론(피해학생이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 등을 내세워 가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성폭력 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해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대 사건(본지 제662호 보도)은 지난 해 제자인 ㅁ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ㄱ교수가 해임됐으나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복직 판정을 받아 물의를 일으킨 경우다. 그러나 이후 피해여성 ㅁ씨가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일부 교수가 양심선언을 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측은 “교육부의 복직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더욱이 이 판결이 하나의 선례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또다른 교수 성폭력 사건의 잣대가 될 수 있으므로 이번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며 교수 성폭력에 대한 교육부의 이해 및 해결의지 부족을 지적했다.

경희대에서는 지난 해 여러 번에 걸친 교수의 지나친 애정표현과 성추행으로 피해학생이 심한 심적 스트레스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경희대 총여학생회 관계자는 “성폭력을 폭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문제”라며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전환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현재 교수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증언을 인정하지 않고 오해라거나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다”며 사건 해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임을 강조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측은 “현재의 성폭력 학칙으로는 대부분 대책위에 학생의 참여가 금지되어 있어 공정한 사건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건 해결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에 대한 반복적 진술을 강요함으로써 2차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학칙 개정의 시급함을 지적했다.

고려대는 겉으로 드러난 사건은 없었으나 교수 성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고 참여하게 된 경우다. 고려대 여학생위원회 관계자는 “교수 성폭력의 특성상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제대로 피해사실을 알리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번 연대회의 결성은 (그동안 있었던) 교수 성폭력 은폐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대회의 결성에 대해 이화여대 여성학과 조순경 교수는 “최근 여러 대학에서 교수 성폭력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하며 성폭력 사건의 사후해결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계기로 대학 뿐 아니라 초·중·고교에서의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도 이번 연대회의 결성 및 성명발표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지은 기자 lun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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