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들이 많이 찾는 나이트클럽의 인기는 인터넷 동호회 수를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만 630여개의 나이트클럽 카페가 개설돼 있고, 프리챌에도 70여개의 커뮤니티가 있다.

나이트클럽은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 놀이공간의 하나로 인식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트클럽 안에서의 여성은 ‘손님’이기 보다 ‘부킹의 대상’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나이트 부킹에 대해 여성주의 사이트 언니네(www.unninet.co.kr)의 회원 레이 씨는 “아무 생각없이 춤을 추고 싶어 나이트를 찾았지만 “저 부킹 안해요”란 말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며 “결국 남자와 여자의 기본값의 차이 때문에 이루어지는 나이트 부킹은 심하게 말해 성매매의 변종”이라고 비판한다.

나이트에선 여성임을 이용하라는 암묵적인 강요가 이뤄지기도 한다. 나이트를 몇 번 찾은 적이 있다는 대학생 정희진(가명, C대 4학년·여)씨는 “웨이터로부터 “지금 이 방에 누가 있는 줄 아느냐. 니가 잘만 하면 팔자도 펼 수 있다”는 유혹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내가 알고 있는 남자친구들로부터는 ‘요즘 애들은 사창가 안간다’는 의미심장한 얘기를 듣기도 했다”며 “나이트는 이미 단순한 오락공간을 넘어선 것 같다”고 전했다.

나이트에서 만났던 회사원 이수경 씨는 “막무가내의 부킹이 싫어 강하게 거부했지만 동시에 왠지 홀대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이 더 불쾌하게 생각됐다”고 말했다. 나이트란 공간은 이미 강제적 부킹을 당해도, 당하지 않아도 단지 스트레스를 풀러 온 손님에게는 마음 불편한 공간이 돼 버린 것이다.

한편 이런 강제적 부킹문화에는 여자들의 책임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현미 교수는 “어차피 나이트란 공간이 그런 불평등한 문화가 존재하는 곳임을 인정하고 가는 것 아니냐”며 “자신의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해야 한다. ‘강제를 가장한 자발성’이 더 무서운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어디까지가 강제이고 어디까지가 자발성인지를 여성들 자신이 분명하게 생각해보고 처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데이빗 M. 부스는 그의 책 <욕망의 진화>에서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실시한 ‘전세계적 배우자 선택에 관한 연구’의 결과를 통해 “남자들은 전통적으로 생식으로 종족을 넓히려는 욕구가 있고 이 때문에 여성을 선택할 때 그 기준이 젊음과 건강이며 이것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이 외모”라고 주장한다. 또한 “재물을 많이 제공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여성의 선호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동물의 세계에서조차 암컷이 수컷을 선택할 때 기본으로 삼는 조건이다”라고 말한다. 신세대들은 이런 생물학적 결정론에 입각한 남성중심의 성역할 및 성선호 현상을 나이트의 문화를 통해 입증해주고 있는 꼴이다. 결국 나이트 클럽은 젊은이들에게도 ‘놀이공간’이 아닌 재물과 외모라는 상품을 교환하는 ‘성의 시장’이 된 것이다.

김지은 기자 lun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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