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우/ 한국 이주 노동자 인권센터 소장

요즈음 유흥가 주변을 지나다보면 늘씬한 금발머리 러시아 아가씨들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이트 클럽 홍보지를 나눠주는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또 최근 나이트클럽을 가본 사람들이라면 무대 위 댄서가 외국인들로 모두 바뀌어 버렸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렇게 우리나라 유흥업소에서 댄서로 일하는 러시아 여성은 2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한국 정부가 발생해준 연예인 비자를 가진 합법적인 신분이다.

원래 연예인 비자(엔터테인먼트 비자)는 놀이공원 같은 곳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위해 발급하는 것인데 최근 기획사에서 이러한 비자를 이용하여 많은 수의 러시아 여성을 입국 시켜 전국 나이트클럽의 댄서로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예인 비자를 가지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지난 9월 어렵게 나이트 클럽에서 탈출한 한 러시아 여성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들은 한국인 폭력배들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으며 빈번한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8개월 동안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한달 40만원의 월급을 받고 일해 왔으며, 춤출 때 입는 무대복 비용마저도 월급에서 공제돼 실제 받는 돈은 몇 푼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 남은 대학 공부를 마치고 교사가 되겠다던 그녀의 꿈은 한국인 남성의 성적 노리개로 농락 당한 채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만 것이다.

외국인 여성을 입국시키는 기획사라는 회사들 대부분이 조직 폭력배와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들은 보통 40명에서 150여명의 러시아 여성을 입국시킨 후 4∼5명 단위로 전국의 나이트클럽으로 분산시켜 관리한다. 이 여성들은 춤추는 일 뿐 아니라 술을 따르거나 윤락행위까지 강요당하고 있어 많은 수의 여성들이 기회만 있으면 이곳을 도망쳐 나오려고 한다.

그렇다 보니 기획사들은 깡패 조직을 동원해 여성들을 감시한다.

이들은 러시아 여성들끼리 공동책임을 지워 한 명이 도망갔을 경우 남아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며 폭력을 휘둘러 서로 감시하고 감시당하는 노예같은 생활을 하게 한다.

또 연예인 비자는 한국의 퇴폐 문화를 조장하고 널리 확대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싼값에 미녀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쉽게 성까지 살 수 있는 퇴폐향락 문화가 한국 사회에 점점 확산됨에 따라 우리의 정신이 병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문화 시장 개방이라는 터무니없는 명목아래 개방된 연예인 비자 제도가 야기하는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 둔다면 앞으로 몇 년 후에는 그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일으키고 말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그동안의 과오를 겸허히 반성하고 인신매매, 성 매매가 버젓이 자행되는 엔터테인먼트 비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기획사들을 통한 비자 발급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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