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학교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교육열에 있어서 만큼은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는 우리 나라 학부모들에게 새학기의 시작은 아이들이 겪는 긴장감 못지 않은 긴장감을 안겨준다.

부모가 되면 아이의 초중등학교 시절 12년, 대학 시절 4년, 유치원 시절까지 포함시키고, 자녀가 둘 이상만 되면 일생에서 적어도 20년 전후의 세월을 학부모인 상태에서 보내게 된다. 교육문제가 총체적인 난맥상을 안고 있는 현실에서 각자가 처한 생활의 고단함에 비례하는 만큼의 고단함으로 자녀교육의 고갯길을 넘다보니, 학부모들은 각자의 위치와 처지에서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으로 교육문제를 분석하고 꿰뚫는 수준이 되어 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는 사천만이 교육전문가’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그러나 정작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교육 현장에서 학부모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내고, 교육의 발전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우리 학부모들의 실정이다. 학부모들이 함께 학교교육에 관심을 갖고 힘과 지혜를 모으면, 각 가정에서 형편에 따라 알아서 교육문제에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면서도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20∼30년 전보다도 못한 학교 도서실을 보다못한 학부모들이 의기 투합하여 다시 살려내고 자원봉사단을 꾸려 운영해 내는 학교.

학교급식을 의무적으로만 권장하는 시도교육청의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품질 좋은 쌀을 산지 농민들과의 직거래로 구매하고, 신선한 야채와 육류 등도 직접 구입하여 아이들이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학부모들.

학교 수련활동이나 수학여행 등을 업자에게만 맡기지 않고, 프로그램 구상이나 일정계획, 현지답사 등에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하여 틀에 박힌 내용이 아닌 풍부한 내용이 담긴 체험을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학교 등등.

특히 올해는 서울시 학교운영위원회의 네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해이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교육활동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중요한 기구이다. 학교운영위원의 절반 이상을 학부모가 맡도록 하고 있는 것은 이 제도가 학부모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앞서 소개한 학부모들의 학교교육참여 활동도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가능했던 일들이다.

이제 3월말에서 4월초까지 각 학교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입후보하거나 선거에 임하여 건전한 민주시민의식을 발휘하고, 합법적으로 열려 있는 학교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새학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학부모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치맛바람과 이기적이라는)과 견해를 수정하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고, 각자가 지고 있는 자녀교육의 무게와 부담도 일정부분은 가볍게 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유희/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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