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불평등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죠

“남자면서도 여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많이 하셨던 아버지를 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저도 남자 일, 여자 일을 가리지 않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일하다 보니까 모든 문제가 결국 남녀가 불평등한 부분에서 막히더군요. 다시 말해 해방 이후 남성중심 사회의 틀이 군부 독재와 맞물려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에 진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지금은 퇴직하고 시간 여유가 있어 평소 생각해 온 것을 실천하려고 하는 것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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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본사와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호주제에 대한 국회의원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2차 호주제 위헌소송을 제기한 한효석씨가 함께 했다.

결혼과 동시에 아버지 호적에서 남편의 호적으로 옮겨져야 하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느껴왔던 한씨는 오랜 궁리 끝에 올 초 동사무소에 무호주 변경신청을 냈다. 당연히 불수리 처리됐다. 이달 초 한씨는 다른 두 쌍의 부부와 함께 민법 826조 3항 ‘처의 부가입적’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결정을 내리자 주변에서는 그가 이혼을 한 것도 아니고 딸만 있는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그러나 한씨는 “호주제로 인해 남자도 괴롭다”고 강조한다.

호주제는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남성에게 의무를 강요하는 한편, 여성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취급하지 않는 제도적 폭거입니다. 의무도 책임도 함께 나누어야 진정한 동반자 아니겠습니까.”

20여년간 몸담았던 교단을 떠나 현재 부천교육연대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며 아내와 식당을 차린 한씨는 사소한 가재도구 하나를 사더라도 아내와 상의한다. “신분, 성별, 나이, 사상에 상관없이 자유로이 말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 편견에서 벗어나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중히 대접받는 세상을 꿈꾼다는 한효석씨는 앞으로는 여성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전한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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