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명호/ 서울여한의사회장,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자습서<살에게 말을 걸어봐>저자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처음 보는 환자가 처억 팔뚝을 내민다. 자기 체질 알아 맞추라고. 내가 언제 한번 자기랑 같이 얘기를 나눠 봤나 밥을 먹길 했나 잠을 자길 했나. 사상의학을 창안한 이제마 선생님 시대야 한마을에서 태어나 제 땅에서 나는 것만 먹고 산너머 강 건너 나가지 않고 살아가니 토박이 의원이 동네 사람들의 인성이며 식성을 주루루 꿰고 있었을 터. 요즘 세상은 복잡해지고 먹는 것도 수입품에 잡식성이니 체질도 퓨전이 되어 알아 맞추기 어려워졌다.

자기 체질은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나에 대한 온갖 정보를 적어보면 답이 나온다. 음식은 어떤걸 좋아하는지. 얼굴 색이 붉은지 창백한지 맥박이 빠른지 느린지 추위를 타는지 더위를 타는지 알아본다. 땀이 잘 나는지 초저녁잠 또는 아침잠 형인지 대변이 묽은지 된지. 소변이 맑은지 탁한지가 체질 감별의 요소가 된다. 체질을 분석해서 생활에 활용한다면 산에 갈까 바다에 갈까 무슨 옷을 입을까 어떤 운동을 할까 체질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억울해도 살찌는 체질이 있다. 주로 태음인이 제일 많은데 겉으로 똑같이 뚱뚱해 보여도 체질에 따라 원인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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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허 체질 체격이 좋아서 힘이 좋을 것 같아도 실은 손끝 하나 까닥할 기운도 없는 경우다. 갑상선 기능이 나빠서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에너지 소비를 못시킨다. 피부도 푸석하고 동작이 굼뜨며 얼굴도 많이 부어 있고 탄력이 없다. 심장이 약하고 저혈압, 서맥에 혈액공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에게 무조건 운동하라면 ‘심한 말’이 된다. 운동하기 전에 보기시키는 인삼이나 홍삼차 삼계탕 황기백숙을 먹어서 부족한 원기를 채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난 뒤 천천히 걷기부터 시작해서 몸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갑상선 마사지나 호흡법을 익히면 큰 도움이 된다.

● 습담 체질 항상 속이 미식거리고 느글거려서 토할 것 같다. 차멀미와 배멀미를 심하게 하고 꼭 입덧하듯 헛구역질을 한다. 안 먹어도 목까지 꽉 막힌 듯 하거나 목에 뭐가 걸린 듯한 이물감을 느낀다. 어지럼을 많이 느끼고 머리가 자주 아프며 눈이 빠질 듯하고 팔과 다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몹시 무겁다.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축 쳐진다. 속이 더부룩해서 잘 먹지 않는데도 거북하고 살이 찐다. 심지어는 길에서 쓰러질 듯하고 고개만 돌려도 앞이 캄캄해지기도 한다.

이런 체질 참으로 많다. 체격은 좋은데 어디가 아프냐고 꾀병이라고 한다. 이런 체질은 꼭 한의학의 거습담제로 치료를 해줘야 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는 생강, 귤껍질, 탱자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음료수와 빙과류 설탕은 독약이다.

● 습열 체질 주로 상체 가슴 등 목덜미에 살이 찐다. 비위에 열이 많아서 기능이 항진되어 무엇이든 먹을게 들어가면 금새 소화가 돼버린다. 그래서 평생 식욕이 떨어져 본적이 없다. 그래서 과식을 하게 되고 위가 늘어나고 커져서 배를 채우려고 먹게 된다. 계속 먹어도 돌아서면 끝이다. 그래서 뱃속에 거지가 들어 있냐는 놀림도 받는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늘 헛헛하니 먼저 위열을 꺼야 한다. 심화가 많아서 가슴이 커져서 괴롭고 얼굴이 시뻘겋게 잘 달아오른다. 습에 열체질을 겸했다. 떡볶이 매운탕 고추장처럼 매운맛을 피할 것.

● 습냉 체질 주로 허벅지 엉덩이 등 하체가 비만하다. 뚱뚱해도 늘 춥다고 으슬으슬 떠는 사람이다. 손발이 차고 파랗게 질릴 때가 많으며 아침에 부어서 신이 잘 안 들어갈 때도 많다. 뚱뚱해도 솜이불을 덮고 자며 생리통도 심하고 배도 아주 차다. 다리가 잘 아프며 무릎도 시리고 등도 몹시 시려한다. 손에 찬 땀이 나고 식으면서 더 꽁꽁 언다. 이런 체질은 몸의 발열장치에 이상이 있는 것인데 음식을 따뜻하고 매콤하게 먹으면서 몸을 덥혀야 한다. 인삼차, 생강차도 좋다.

그밖에 문명병으로 ‘습맛 체질’이 있다. 특별한 체질상의 병은 없지만 지나치게 먹을 것을 밝히는 경우다. 먹는 게 좋으니까 먹기 위해 일을 잘 벌인다. 남도 불러들여 먹이고 자식들도 자기 취향대로 먹여서 뚱뚱하게 만들어 버린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는 것처럼 가게나 휴게소에선 반드시 뭔가를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업무상 핑계 대고 술도 많이 마시기 때문에 뱃살이 볼록하게 나온다. 몰래 카메라 설치하고 증거를 대주는 것이 좋을 듯.

마지막으로 요즘 늘어나는 특수체질이 있다. 진화가 빨리 와서 컴퓨터, 자동차, 리모콘 등 온갖 기계장치를 좋아하여 버튼 누르는 손가락 운동에 탐닉한다. 몸을 써서 하는 일은 극도로 싫어하는 ‘습게체질’. 목욕탕 가는 데도 자동차 타고 가고 입 운동과 숨쉬기 운동으로 엄청 피곤하다고 사우나 마사지 안마를 받는다. 몸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아끼며 육체노동을 천하게 여긴다. 조금 움직이고도 온갖 생색 다 내면서 죽겠다는 소릴 자주 하면 바로 이 체질이다 그러나 자기 몸 하나 유지하는데 남의 땀이 엄청 들어가는 줄 모르고 산다.

비싼 돈 들여 하는 것만 운동이라 생각한다. 몸의 병이라기 보다는 정신건강의 문제. 주로 텔레비전에 등장하여 거만하게 심부름하는 사람을 부르는 배우들이 유포시킨 질환. 이 사람들의 조상 중엔 골프를 자기 대신 하인더러 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병엔 약이 없으니 남들은 할 수 없는 비싼 쪽집게 과외나 지방흡입술, 근육퇴축술 등의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고 이를 ‘신분과시’로 여긴다. 조금 있으면 보통 사람은 감히 할 수 없는 위를 잘라내는 ‘위절제술’과 같은 엽기적인 방법을 쓰면서 돈 자랑을 할 것 같다. 그러나 미국도 위절제술하고 난 환자가 몇 년 뒤에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추적 연구가 없다는 걸 알기나 할까.

자기 힘으로 치료해 보자. 햇볕에 말려야 동태가 북어 되고 나무도 땔감이 된다. 그러면 가벼워진다. 몸을 뽀송뽀송 말리는 게 살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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