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여성·이주여성노동자 소외된 이들과 더불어삶

여성목회자인 정태효 목사가 지난 한 달간 기독여민회 신임회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올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과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업에 중점을 두겠다”는 정 회장은 얼마 전 여성노숙자 쉼터를 새로 얻어 이사한 덕에 큰 시름을 덜었다. 본업이 여성목회자인 정 회장은 성동구에 위치한 ‘내일의 집’ 운영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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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살고 있던 집을 사지 않으면 길거리로 나앉아야 될 형편이었는데 다행히 서울시가 보조를 해줘서 월세집을 얻었습니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이 사라져서인지 쉼터 식구들도 안정을 되찾았고 자활의지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여유도 잠깐, 정 회장에게 요즘 또 다른 숙제가 생겼다. 새로 얻어 이사한 쉼터 옆에 자그마한 놀이치료실을 얻었지만 모래장난 등 특별히 제작된 교구를 구입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할 경비가 없어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홈리스들은 자녀와 함께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심리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건 단시일 내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요. 지금은 비록 노숙자다시서기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일부 아이들에게 상담치료를 받게 하고 있지만 옥수복지관이나 선능복지관 등 쉼터와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쉼터에 있다가 나간 사람들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이들에 대한 지원은 꿈도 못 꾸고 있죠. 놀이치료실이 문을 열 수만 있다면 이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수 있는데 답답합니다.”

오래 전부터 여성노숙자들을 위한 사업을 펴고 있는 정 회장은 기회만 있으면 여성노숙자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노숙자의 수는 남성에 비해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자녀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좀더 적극적인 자활 지원정책이 필요합니다. 여성들은 비교적 생활력이 강해 거리로까지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집 없이 여인숙이나 고시원, 찜질방을 전전하다 결국 노숙자로까지 내몰릴 때에는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무너지는 거죠.”

15일까지 미 중부지역의 미시건대학 등 4개 대학에서 있을 증언집회를 위해 전 일본군 위안부 최갑순 할머니를 모시고 미국으로 떠나는 정 회장은 스스로 “일복은 타고났다”며 미소를 짓는다.

(02)497-6333/461-6251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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