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는 일년에 몇 번 먹기 약속

플라스틱보다 자연재료로 된 장난감을

지난해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 배수지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은 도심 녹지를 살리기 위해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어른 뿐 아니라 초등학생, 중학생들도 참여했다. 어릴 때부터 성미산에서 놀며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레 발벗고 나선 것. 이들은 스스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개발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주위에 알리는 등 녹지를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에 앞장섰다.

환경운동연합 주선희 사무국장은 “어린이는 배운 사실을 바로 생활 속으로 받아들이므로 이 시기 환경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유아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올해 3월부터 수도권내 30개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대상으로 ‘푸르미환경교육지정원’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푸르미 환경교육 계획안에는 ‘지구의 기분 표현하기’‘묻어도 없어지지 않아요’‘식물도 병에 걸려요’‘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육 시설의 노력과 더불어 집에서 자녀에게 생태적 가치관을 심어주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환경교육에 대해 알아보자.

■ 안전한 먹거리는 어려서부터

주 사무국장은 5살 난 아들과 “피자는 일년에 두 번, 햄버거는 일년에 몇 번 먹자”고 약속했다. 또 잡곡을 사오면 아이와 함께 비닐 포장을 뜯어 병에 담는 일을 한다.

그는 “잡곡을 담으며 ‘이건 하얀 줄이 있어’‘그건 보리야’‘그건 조야. 조는 작지만 무거워서 밥하면 맨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식의 대화를 통해 아이가 잡곡이 제각각 다르게 생긴 것을 배운다”며 “어떤 때는 뒤치다꺼리가 더 많지만 그래도 아이가 좋아한다”고 말한다.

색소나 식품첨가물이 많이 든 음식이 안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어릴수록 이런 음식을 좋아한다. 이에 대해 주 사무국장은 “원칙을 가지는 것아 가장 중요하다. 원칙이 없으면 아이에게 그때그때 얘기하는 게 달라진다. 아이들은 얘기가 달라지는 걸 잘 알아차린다”고 조언한다. 또 어리더라도 왜 이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지 설명해 주는 게 중요하다.

다음을 지키는 엄마모임 교육분과장 소혜순씨는 “아이들에게 ‘유기 농산물에 벌레가 있는 건 땅이 살아 있어서 그런 거지 징그러운 게 아니다’‘유기농산물은 땅의 힘을 살리고 수질을 좋게 한다’ 얘기했더니 아이들이 음식 먹을 때 유기농산물이냐고 물어본다”며 “과자의 성분표시에 대해 설명해주니 아이가 과자를 먹으면서도 식품첨가물을 한번 더 보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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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보다는 자연재료를

주 사무국장은 “놀이감이 모두 플라스틱이고 나무로 된 것은 너무 비싸 동네 목재소에서 자투리 나무를 얻어와 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 줬더니 몇 개 세우고 쓰러뜨리고 하면서 잘 가지고 놀더라”라고 밝힌다. 또 깨질 위험이 없고 예뻐서 플라스틱 식기를 잘 사게 되지만 아이 건강을 생각해 잘 안 깨지고 가볍게 나온 사기 그릇을 아이용으로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너무 자주 새집을 보여주는 건 좋지 않다. 계절별로 실내 인테리어를 바꾸고 페인트칠을 다시 하면 오히려 유해물질만 많아진다”고 조언한다.

주 사무국장은 아이 옷, 장난감 모두 다른 사람에게 물려받았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아이가 빨리 익힌 말 중 하나가 ‘누가 물려줬어?’이다. 또 아이도 누구에게 자신의 물건을 물려주는 데 익숙해지고 물려주고 싶어한다고 밝힌다.

■ 도심에서 자연 맛보기

전문가들은 주위에 녹지가 적은 데서 살수록 “공원에 자주 나가 그때그때 변화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한다. 계절별로 변하는 자연을 보고 부모와 아이가 대화하면서 서로 배우고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종교·교육 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생태기행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혜순씨는 마당에 화분을 놓고 상추, 토마토, 고추 등 웬만한 건 다 키운다. 소씨는 “무당벌레가 날아오면 아이에게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벌레를 보면 ‘꺄’하고 소리 지르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직접 물주고 토마토를 따먹는 데 재미를 들였다”고 말한다.

주 사무국장은 환경교육의 효과에 대해 “아이가 4∼5개월 전에 레고로 뭔가를 만들어서 위에 프로펠러를 붙여놓고 ‘이건 풍력발전이야’라고 얘기하더라”며 “이런 모습에서 아이의 가능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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