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사무보조직이 차별적인 정년 기준을 적용 받고 있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무보조직은 ‘사무보조’를 한다는 명목으로 뽑은 인력으로 사무보조직, 기능직, 사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상 하는 일은 정규직 행정직원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들의 정년은 타당한 이유없이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인 경우가 많다. 특히 90년대 들어 사무보조직을 더 이상 뽑지 않는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들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계약 조건은 더욱 열악해졌다.

서모씨는 서울시립대에서 기성회직으로 17년 동안 일했다. 그는 “현재 교학과에서 수강신청, 성적관리 등의 학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17년쯤 일하면 정도 들고 학교를 위해 뭘 할까 하는 애정이 생긴다”고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한다. 17년 동안 일했지만 서씨가 받는 임금은 기본급 약 57만원에 이런저런 수당을 합해 7,80만원 안팎이다. 승진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임금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몇 년만 있으면 한창 일할 나이인 45세에 퇴직해야 한다는 사실. 기성회직 규정에 비서원 32세, 행정사무직 45세로 정년이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1985년에 입사했으나 조기정년 규정은 1987년에 아무런 합의나 의논없이 만들어져 지금껏 정년이 45세인 줄도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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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세 정년을 요구하며 소복시위(아래)와 집회를 하고 있는 서울시립대 기성회직 노동자들. <사진제공·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시립대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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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서울시립대 기성회직 노동자 19명은 1년 3개월 동안의 단체교섭이 결렬된 후 지난해 10월 23일부터 파업투쟁을 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정년을 57세로 끌어올리고 임금을 인상하라는 것.

기성회 규정에 대해 당사자들은 45세가 정년일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상식적으로 45세가 넘는다고 수행할 수 없는 직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씨는 “처음 교섭 자리에 나왔을 때 학교측은 ‘여자가 57세까지 일할 게 뭐 있냐. 직급도 낮은 사람들이 나이가 많으면 위에서 얼마나 일 시키기 힘들겠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전한다.

전국대학노조 국립대본부 김숙희 사무차장은 “총장이 면담 요청에 계속 불응해 지난달 16일 학내집회 도중 총장이 탄 승용차를 막았더니 조합원들을 그대로 들이받아 임신한 조합원이 입원치료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차장은 또 “이들은 기안 작성 등 일반 행정직과 동일한 일을 해왔다”면서 “설사 이들이 단순업무를 맡아왔더라도 누구나 일반적으로 남들이 일하는 나이만큼 일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식적인 정년 기준은 서울시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대에서 13년 동안 일한 임시직 사무보조원 ㅂ씨 역시 지난해 2월 32세 정년 만료 통보를 받았다. 대학 측의 처사에 부당함을 느낀 그는 지방·중앙 노동위원회 등에 구제신청을 내는 등 복직투쟁을 벌인 끝에 지난 12월부터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32세가 지나면 2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하고 본인이 원하면 2년 더 일하면서 그동안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자격 시험을 보는 조건으로 끝맺어 조기정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대학에는 ㅂ씨 외에도 약 18명의 사무보조원이 일하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는 더 이상 사무보조직을 고용하지 않아 이들은 자연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대신 이들이 맡던 업무는 임시직, 계약직, 행정조교 등이 하게 되면서 계약조건은 오히려 더 열악해졌다.

한양대 임시직 250명 중 3년차 미만인 120여명은 현재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용역직으로 전환되거나 계약만료로 해고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전국대학노조 정준애 교육부장은 “이들은 임시직으로 일한 지는 3년이 안 됐지만 조교,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이름으로 일한 기간까지 합하면 4, 5년이 넘는다”며 “학교측이 명칭만 달리 해 편의대로 노동력을 확보, 해고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 측에서는 이들의 업무가 ‘보조’적이라고 얘기하나 1부서를 1명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 등 업무 자체가 독자적”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대학노조 유한대 지부는 ‘기간제 임용 철폐’와 기존의 65세 정년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달 14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 대학의 행정조교는 1988년부터 5년 기간제로 임용돼 한창 일할 나이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형편이다. 전국대학노조 유한대지부 박중근 지부장은 “실습보조, 행정업무 등을 맡는 행정조교가 나이가 많으면 교수들이 불편하고 기간제로 임용하면 비용이 절감돼 대학 측이 기간제를 고수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행정직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들이 오래 근무할수록 업무가 원활해진다”고 말했다.

전국대학노조 관계자는 “대학 조기정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는 잔심부름부터 어려운 업무까지 아무 일이나 시킬 수 있다’는 사고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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