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네틱스 여성노동자들 무기한 복직 투쟁

▲시그네틱스,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시그네틱스는 원래 거평그룹 계열의 반도체 조립 회사로 근로자들 중 약 80%가 기혼여성이다. 시그네틱스 노동조합에 따르면 1998년경 시그네틱스는 파주에 새 공장을 짓느라 과도한 빚을 지게 되었고, 회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 상여금 반납, 휴가 반납 등 고통분담을 제안했다고 한다. 대신 회사측은 서울 염창동에 있는 공장을 팔아 빚을 갚고 회사가 정상화되면 노동자들이 파주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회사는 정상화되었지만 2000년에 회사가 영풍그룹에 인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2월 말 회사에서는 애초 약속했던 파주 공장이 아니라 지금은 거의 가동이 되지 않는 안산 공장으로 노동자들을 이전시키겠다고 통보했다. 시그네틱스 노조는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으로 정리해고와 마찬가지라는 판단을 내리고 파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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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네틱스 여성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면서 파주 공장과 논현동 본사를 오가며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 민원기 기자>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여성노동자들이다. 회사측이 남성 노조원들에

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회유하는 남녀분리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그네틱스 노동조합은 200일 가까이 파주 공장과 논현동 영풍 본사를 오가며 장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어린이집 폐쇄, 성폭력… 이어지는 고통

시그네틱스에는 어린이집이 있었다. 여성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96년에 노조가 회사와 협의하여 만든 것이다. 어린이집은 회사가 자금을 대고 실제 운영은 노조가 맡아 꾸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측은 일방적으로 어린이집을 폐쇄하겠다고 통보하고, 작년 12월 어린이집 교사들을 해고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면 일하기가 어려운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더구나 여성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실질적인 가장임을 악용한 조치이다. 다행히 어린이집에 전기·수도가 끊기는 것은 막았고, 해고된 교사들 중 5명이 노조와 함께 어린이집 운영을 계속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린이집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투쟁 과정에서 성폭력이 자행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해 8월 회사측이 고용한 용역경비가 서울 공장에 들어와 노조원들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용역경비들이 여성노동자 한 사람을 거꾸로 들어 상체를 노출시킨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노조가 파주 공장에 진입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는데, 그때 몇몇 노조원들의 가슴을 용역경비원이 고의로 만져서 노조가 항의했고, 결국 사과를 받아내었다고 한다.

시그네틱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회사가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파주 공장으로 노동자들을 이전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 어린이집 폐쇄를 철회하고 보육교사들을 복직시키는 것, 구속된 노조 지회장을 석방하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권리를 위해 오늘도 추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시그네틱스의 여성노동자들이 하루 속히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한 정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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