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누가 뛰고 있나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어느 해보다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여성 공천할당제 등을 당론화하고 있고 무엇보다 10여 년의 지방자치를 통해 여성 스스로 키워온 정치생명력이 견고하게 뿌리 내리고 있음이 경향각지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에게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서울지역은 서울시의회 송미화 양경숙 이금라 이영순 이정은 의원과 김길연 송파강동뉴스 사장, 김희정 민주당서울시부지부장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은평구청장으로 나설 예정인 송미화씨는 지난해 한 시민단체가 뽑은 최우수의원 중 한 명으로 선정될만큼 누구보다도 시정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온 인물. 환경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그는 “은평구가 서울 변두리로 취급받는 등 개발에 있어서는 현저히 늦은 감이 있지만 구청장이 된다면 다른 지역이 개발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지역개발 정책을 추진하여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며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고 싶다”고.

현재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경숙씨는 95년·9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재선의원으로 종로구청장으로 출마한다. 그는 서울시와 의회에서 ‘예산·재정분야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데, 95년 초선의원 시절 80년 이상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던 서울시금고에 대한 공개입찰을 관철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동구청장을 희망하고 있는 이금라씨는 94년 1년 동안 강동구 소각장 대책활동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한 인연으로 95년·98년 강동구에서 지역구 선거로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도시계획분야를 심도있게 파악하여 도시환경을 아름답게 개선·유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한다.

98년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이정은씨는 용산구청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서울시 여성단체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여성들이 의정활동에서 투명하고 유연성 있게 막힘없이 일을 잘 해내고 있는데도 ‘여자가 어떻게’ 하는 그 인식을 바꾸기가 참 힘들다”며 지방자치시대의 정치는 오히려 여성이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김길연 송파강동뉴스 사장은 “여성들의 힘으로 정치의 지각변동을 일으켜서 더럽고 냄새나는 정치를 깨끗하고 향기롭게 가꾸는 데 일조하고자”송파구청장으로 출마하려 한다.

마포에서 오랜 봉사활동을 전개해온 김희정 민주당 서울시부지부장은 마포구청장을 위해 뛰고 있다. 그는 일한만큼 보상이 보장되는 사회를 이루고 싶다고 출마동기를 밝히면서 “마포구민 모두가 신바람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공무원은 소신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구청장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영순 서울시의원은 구로구청장으로 출마할 계획이다.

[경기.인천]95년 6·27 전국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최다 득표로 광명시의원에 당선됐던 유승희 민주당 여성국장이 광명시장에 도전한다. 그는 98년 6·4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광명시지구당 광명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했으나 아깝게 분패한 바 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실제적인 당내 경선 과정에 참여했던 유일한 여성 후보로 다양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환경이 깨끗하고 재정자립도도 높은 경기도 과천지역은 김진숙 과천여성연대 대표와 이희숙 경기도민여성회 과천지회장 두 사람이 시장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김진숙씨는 95년 과천시의원으로 당선, 98년 과천시장에 출마한 경험이 있으며 과천지역사회의 제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온 ‘현장 실천가’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희숙씨는 과천이 최근들어 각종 이권개입으로 혼탁해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높은 재정자립도에 걸맞는 알뜰한 예산 집행으로 주민들을 위한 시 행정을 이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95년 경기도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는 정순희 한국청소년운동연합 총재는 하남시장에 출마한다. 하남지역사회에서 광범위한 활동을 해온 이력이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고 자신하고 있다.

기초와 광역의원을 두루 경험한 이영성 경기도 여성정책 국장이 성남시장으로,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해 활발한 의견 개진을 하고 있는 박순자 전 경기도의원이 안산시장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지방자치 시대를 열었던 91년 인천 기초의회에 입성한 후 95년·98년 연이어 시의원에 당선된 바 있는 홍미영씨가 부평구청장으로 출마한다. 지방자치를 통해 올바른 권력이 행사되면 많은 사람들 특히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따뜻한 세상에서 더불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의정경험과 그 속에서 쌓아온 노하우는 그들을 위해 한껏 펼치고 싶다고 한다.

현재 인천시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영환 의원이 남구청장으로, 천정숙 인천남동구의회 의장이 남동구청장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대전.대구.울산]조규순 자유총연맹 대전시여성협의회 회장이 대전 동구청장에 입후보한다. 95년 구의원으로 당선됐던 그는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유휴 인력 활용과 소규모의 여성회관 건립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윤언자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여성위원이 남구청장에 도전한다.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그는 98년 남구청장 후보로 나섰다가 아깝게 석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21년 공직생활을 통해 정의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고 지도자로서의 자질도 겸비하고 있음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백명희 대구시의원은 북구청장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일한 여성 기초단체장인 이영순 울산 동구청장이 재선에 도전한다. 전임 민선 구청장인 남편 김창현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구청장직을 상실하자 99년 보궐선거에 출마, 4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당하게 구청장에 당선됐던 인물이다. 행정실무 경험이 없고 준비되지 못한 구청장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2년간의 구 행정을 모범적으로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전북]전국여성광역의원협의회 회장인 안성례 광주시의원이 서구청장으로 출마할 계획이다. ‘전국 최초의 3선 여성 광역의원’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지방자치 10여년간의 산증인이다. 광주지역의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한 경험을 토대로 구 행정업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그는 주민들은 보듬어 안아주는 행정가가 되고 싶다고.

전북지역 14개 시·군 중 유일하게 단체장 후보로 출마하고 있는 오정례씨가 전주시장 후보로 나선다. 95년 98년 전주시의회에 진출한 그는 2000년 4·13 총선에서 정동영 의원과 경쟁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의 슬로건은 “여성정치의 새벽, 젊고 푸른 전주의 새벽을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1차 관문은 당내 경선

정당 차원의 전략적 배치 필요

기초단체장이 되기 위한 1차 관문은 바로 정당공천이다. 정당 내에서 경선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당내 경선을 치룰 때 남성 후보들을 상대로 대의원 확보 경쟁에 나서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대의원들의 독자적 판단보다는 지구당위원장과 정치적 논리에 의해 ‘몰아주는’ 분위기여서 여성이 지구당 안의 공천 경선에서 선출되기가 그리 녹녹치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당위원장들이 편파적이지만 않다면 여성들에게 상당부분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민주당 유승희 여성국장은 “무슨무슨 게이트니 부패니 하여 정치혐오증에 시달리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참신한 카드는 바로 여성 밖에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당 차원에서 여성 후보들을 전략적으로 전진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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