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규모 회사의 영업기획팀에서 4년째 일한 A씨는 지난해 3월 임신을 하자 회사측으로부터 “수없는 면담과 냉랭한 태도를 받으며 직접적으로 퇴사를 종용받았다.” 이 회사는 얼마 전까지도 결혼한 여성은 그만두는 게 관례였다.

A씨는 자신이 임신했다고 업무에 차질을 준 적이 없기에 더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조직적인 왕따와 갖은 험한 말로 힘들게 하는 데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만두려고 했지만 회사측에서는 고용보험 혜택조차 못 받게 했다.

이에 A씨는 출산휴가 2개월을 쉬고 꿋꿋이 출근했지만 고유업무는 모두 뺏기고 한직으로 내몰렸다.

결국 A씨는 인사팀장으로부터 ‘고용보험 혜택도 받게 하고 3개월치 급여를 위로금조로 주겠다’고 약속 받고 직장을 옮겼다. 그러나 그는 퇴사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약속 받은 3개월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조합협의회 상담사례)

“애 안 키워? 남편이 일하래?”

모성보호관련법이 적용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많은 여성들이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 받고 있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최명숙 사무국장은 여전히 출산퇴직 관련 상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출산 후 아이와 남편 두고 부담돼서 일 잘 하겠냐’부터 출산휴가 뒤 복귀하는 날 전화로 ‘애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 계속 다니면 인사고과에 좋지 않다’, ‘회사의 방침이나 인사권이 나한테 있는데 무슨 소리냐. 나가라’는 말까지, 출산한 여성들이 들어야 하는 말은 가지각색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 들어오는 문의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 출산 후 30일만 쉬고 나오겠다고 하자 ‘남편이 일하라고 하냐, 신랑 얼굴 한번 보자’, ‘산후조리 제대로 못하면 50∼60살 되어 고생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퇴사압력을 넣는” 경우가 있었다.

1년 쉬고 회사 오면 일자리가 있을까요?

출산휴가가 30일이 더 늘어난 데 대해 거부감을 표하는 사업장도 있다. 2년짜리 외부 프로젝트가 시작된 상황에서 임신을 하게 된 B씨는 “두 달 출산휴가에는 모두 동의하는데 석 달을 내는 데 대해서는 남자직원들이 용납을 못 하는 분위기”라며 “세 달을 내고 싶지만 한달 편하자고 앞으로 몇 년이 될지도 모르는 관계를 망칠 수 없다”고 밝힌다.

일부 업종에서는 60일 유급 출산휴가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5년째 대학교수로 일하는 한 여성은 임신을 하자 학장으로부터 “남편도 돈을 버는데 뭐가 문제냐”며 유급 출산휴가 대신 무급으로 6개월 동안 쉴 것을 은근히 종용받았다. 그러나 1년 뒤 재임용과 승진 문제가 있어 학장에게 항의하기도 쉽지 않다.

병원에서 일하는 한 레지던트는 “산전에 쉬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진통이 오는 당일까지 근무하고 아이를 낳는 시점부터 28일을 쉰다”며 “수년간 28일이었고 앞으로도 28일일 것”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과에 따라서는 42일을 쉬는 곳도 있으나 대부분 “윗사람이 4주라면 무조건 4주”라고 밝힌다.

이외에도 출산휴가 급여를 낮추기 위해 회사측에서 기본급 85만원을 65만원으로 낮추고 사용하지도 않는 차량유지비 20만원을 주는 편법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육아휴직을 쓰기는 더욱 어렵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최아무개씨(28)는 “출산휴가 두달도 간신히 쉬었다.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꾼다”고 말한다. 게다가 “육아휴직 급여 20만원은 아기 기저귀와 분유값 대기에도 벅차 울며 겨자먹기로 100만원 정도에 아기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중”이라며 “말만 육아의 사회부담이지 현실적으로는 그림의 떡”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최명숙 사무국장은 “요즘처럼 시시각각 사회가 변하는 상황에서 1년 뒤 적응할 수 있을지, 복직시 재훈련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인력 보충이 제대로 안 돼 ‘동료에게 폐를 끼치게 될까봐’ 쉬고 싶어도 못 쉬기도 한다. ‘다시 나왔을 때 여전히 내 자리가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어 여성들은 힘들더라도 일터에 머무는 쪽을 택한다.

실제로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1월부터 12월말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한 사람은 43명에 불과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노동 관련 단체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새로 실행되는 법의 혜택을 받으려면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태도와 홍보, 정착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이정희 사무국장은 “자신의 법적 권리를 포기하고 양보하면 그 분위기 속에서 다른 사람들도 포기하게 된다”며 “전체 여직원들과 함께 사내 분위기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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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경기보조원 노동자 대회에 참가한 모녀.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유급 출산휴가·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다.

비정규직, 출산휴가 쓰고 나니 ‘그만 나오라’

10년이 넘게 한 직장에서 임시직으로 일한 C씨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그런데 회사측에서 12월 말 ‘매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입장이니 90일간의 휴가를 줄 수 없다. 1월부터 출근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통보해 왔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상담사례)

D씨는 지난해 1월 연봉계약제로 입사했다. 그는 입사시 ‘회사에서 먼저 해고하는 경우는 없고 보통 계약이 그대로 이어지며 퇴직금과 법정휴가도 있다’고 보장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가게 돼 재계약 시점과 휴가가 겹치게 되자 인사팀에서는 일단 퇴사하고 2002년에 재입사해 계약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다가 다시 ‘정규직이 들어왔으니 기존 업무는 이들로 대체하고 재계약은 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D씨는 현재 일단 아이를 낳고 무급으로 쉬고 있으며 다시 계약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사측과 얘기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상담사례)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전히 모성보호 관련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특히 C씨의 경우처럼 여러 해 계약이 갱신된 경우는 노동부에서도 정규직으로 보나, 계약한 지 1년밖에 안된 D씨는 회사측에서 유급휴가를 주지 않기 위해 계약을 해지했더라도 별다른 구제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정희 사무국장은 “계약직이더라도 업무 자체가 없어지거나 업무상의 특별한 하자가 없었는데 재계약이 안 되면 일한 기간에 관계없이 해고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노동자의 약 70%가 비정규직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장치가 있어야 전 여성이 모성보호 관련법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결국 대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만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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