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성남시 청소년상담실 상담부장

방학이 되면 상담실은 바빠진다. 학기 중에는 시간을 낼 수 없던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방학을 이용해 각종 검사와 상담을 문의해 오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종종 조기유학을 떠난 청소년들이 방학중에 집에 왔다가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기유학의 동기는 다양하다. 보통 자발적으로 유학을 결심한 것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부모님의 권유나 결정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 학교에서 부적응아로 낙인 찍혀 할 수 없이 떠난 경우도 있고, 일찍부터 유학을 계획하고 준비해서 간 경우도 있다.

조기유학을 떠나게 된 배경만큼이나 그곳 생활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우리와 다른 교육환경에 만족하면서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적응에 실패하여 돌아오고 싶지만 부모님의 강압적인 반대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극단적인 예 같지만 청소년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자율성, 독립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떠난 유학은 마약이나 문란한 성문화에 빠져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있으면서 ‘언어장벽과 외로움에 시달리고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해 더 나쁜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조기유학을 극구 말리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은 주변에서 성공하는 예들을 보고 유학을 결정한 후에 좋은 결과를 본 경우도 있지만 반면에 후회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나쁜 예보다는 성공하는 경우에 귀가 솔깃해지고, 내 아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희망을 가지고 결정을 하게 된다. 어떤 경우이든지 간에 아이를 먼 이국땅으로 보내는 문제에 있어서 깊이 고민하고 결정하지 않은 부모가 없겠지만 보다 정확하게 허와 실을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14일자 신문에 강남 중학생 조기유학 열풍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을 보면 유학을 떠나기 위해 자퇴하는 중학생 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학, 이민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 중·고교생이 모두 4천376명으로 2000년 3천707명보다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자퇴생 수가 최고 6배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 8학군의 조기유학 열풍이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자녀교육 때문에 가족이 하루 아침에 이산가족이 되고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나온 것도 오래 전이다.

특히 유행에 민감하고 귀가 얇은 우리의 마음 약한 부모들이 조기유학을 무슨 유행처럼 따라 할까봐 걱정이다. 그 중에는 돈이 없어 자녀유학을 못 보내는 것 때문에 자책하고 상처받는 부모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녀교육이라면 집팔고 논팔고 부업이라도 해서 공부시키겠다는 우리 부모들의 그릇된 열정이 오히려 아이들을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기유학이 좋다 나쁘다를 논하기 이전에 모든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배경과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이해하여 충분히 검토해 본 후에 결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선진국과 비교하여 열악한 것이 사실이나, 그렇다고 조기유학이 최고의 대안으로 제시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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