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적 노조문화 정착시키는데 앞장

“1년 동안 전임자로 일했던 경험에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배워나가면서 많은 여교사들과 힘을 모으겠습니다.”

지난 해 말 전국의 각 지부 여성위원장 모임에서 제주 여성위원장 진영옥 교사가 새 전교조 여성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공식적인 업무는 학교가 개학하는 3월에 시작되지만 진 위원장은 현재 인수인계를 받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성위원장으로서 그가 역점을 두는 것은 여성친화적인, 나아가 가족친화적인 노조문화 만들기다. 그간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남성중심으로 가정생활과 양립시키기가 어려웠다면, 이제는 여성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의 행복과 함께 갈 수 있는 평등한 분위기를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조합활동이 철야회의도 잦고 늦게까지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가 많아 육아와 가사 부담이 큰 여교사들이 선뜻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수적 평등이 확보됐으니 여성대의원들의 실무능력을 키우면서 모든 사람이 노조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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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전교조 교육희망 신문>

진 위원장은 올해 단체협약안에 성평등 조항이 많이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이전만 해도 여성대의원 수가 5∼7%에 머물러 모성보호 등 여교사들의 현안이 전교조의 주요사업으로 채택되기 어려웠지만 작년 말 전국 대의원회의에서 50% 여성대의원 할당을 달성하면서 이제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가령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여학교의 교장·교감 중 1인을 여성으로 하도록 한다는 권고사항을 두고 있지만 승진할 여교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시행되지 않아 왔다. 이에 대해 진 위원장은 승진할당제와 같은 방식의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여성들의 의사결정권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으로 출산휴가가 늘어난 이후 일부 학교에서는 남녀평등을 이유로 여교사에게도 숙직을 시키는 경우가 있지만, 남녀교사가 함께 숙직 자체를 폐지하는 활동을 통해 교육환경을 바꾸어 나갈 계획이다.

교사로 부임한 직후인 1990년부터 3년간 해직되기도 했던 진 위원장은 2월까지 고등학교에서 영어 과목을 가르친다.

“일정 수준만 갖추면 누구나 교사를 할 수 있고 임시직으로 교사를 채용하는 호주나 유럽 등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언제 또 선생님이 바뀔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전교조의 활동이 교사들의 이익다툼이 아닌 교육환경 개선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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