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남성 1만3564원, 여성 9864원...78% 불과

전업주부 연봉 계산 시 2160만원

성별임금격차 반영, 가사노동 시간도 과소추정

유승희 의원 “젠더관점으로 다시 산출해야”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통계청이 처음으로 수치화한 결과 시급 1만569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림자 노동’ 취급을 받던 노동의 가치가 국가 차원에서 수치화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가사노동에서조차 남성보다 여성의 시급이 더 적은 것으로 드러나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8일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연간 가치(연봉)는 여성 1인당 1076만9000원, 남성 1인당 346만9000원이었다. 가사노동 시간은 여성이 214분, 남성이 53분이다.

성별 가사노동 가치가 어떻게 책정됐는지 비교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의 연봉과 시간에 대한 비율을 계산해봤다. 이 결과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이 여성의 24.8%에 그쳤지만 연봉은 여성의 32.2%수준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노동에 약 4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연봉은 이에 못 미치는 수준인 약 3배 더 많이 받는 것이다. 가사노동에서조차 여성의 경제적 가치가 과소평가된 것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실제로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장을 상대로 여성의 성차별적인 임금 기준을 적용했다면서 성평등 관점으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다시 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실제로 통계청으로부터 단독입수한 자료를 통해 가사노동의 시급이 남성에게 3700원이나 더 높게 책정됐다는 점을 밝혀냈다. 남성은 1만3564원이며, 여성은 남성의 78%에 불과한 9864원이다.

이처럼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가 과소평가된 원인에 대해 유 의원은 현 노동시장의 성차별 임금과 가사노동에 해당하는 단순 노무직 및 돌봄노동 직종의 저임금 구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통계청은 59개 직종별 남녀 평균 임금을 대입해서 산출하기 때문에 격차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수식은 ‘무급 가사노동가치= 무급 가사노동시간 x 인구 x 직종별 대체임금’이다. 직종별 대체임금에선 ‘전문가대체법’을 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대체법은 개별 가사노동에 해당하는 직종의 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모든 가사노동을 하나의 직업으로 간주해 평가하는 종합대체법과 구분된다. 

이같은 계산법은 고질적인 문제인 성별임금격차를 가사노동 가치에 그대로 적용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성차별의 임금체계를 가사노동에까지 확대재생산하는 것이다. 2016년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성별임금격차는 36.7%로 전체 회원국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OECD 평균 성별임금격차는 14.1%이다.

유 의원은 또 여성의 평균 가사노동시간을 214분으로 계산한 것도 과소추정이라고 지적했다. 가사노동의 범주에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음식준비 등 단순노동만을 포함하고, 가계 경영부문, 양육에 필요한 정서적 감정노동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업주부의 연봉은 얼마일까. 통계청은 8일 공개 자료에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본지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하루 5만9184원, 월급 기준으로 177만5천원, 연봉 기준으로는 2160만원이었다. 이는 2014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에 나타난 전업주부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6시간)에 가사노동 시급(9864원)과 근로기간(월간 30일, 연간 365일)을 곱한 것이다.

통계청의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실생활에서의 적용 가능성 때문이다. 재해배상이나 이혼 시 재산분할 등에 근거로 쓰일 수 있는데 가치가 낮게 낮게 책정될 경우 가사노동을 주로 하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업주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받는 휴업배상은 2018년 9월 기준 일당 9만4983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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