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유타대학교에서 26일(현지시간) 애니타 힐 브랜다스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있다. 이날 힐 교수는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관련된 논란이 1991년 자신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을 때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애티타 힐은 1991년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토머스의 상습적인 성희롱 문제를 전국에 알린 인물이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유타대학교에서 26일(현지시간) 애니타 힐 브랜다스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있다. 이날 힐 교수는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관련된 논란이 1991년 자신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섰을 때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애티타 힐은 1991년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토머스의 상습적인 성희롱 문제를 전국에 알린 인물이다. ⓒ뉴시스ㆍ여성신문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여성 후보자 수가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 심리와 함께 최근 ‘미투운동’에도 불구하고 연방대법관에 임명된 브렛 캐버노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여성정치센터(CAWP)에 따르면 이번 경선에서 승리해 여성 후보들은 주의회 의원 선거에만 3379명이다. 2016년의 2649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연방 상원의원 후보는 2012년 18명에서 22명, 하원의원 후보는 2016년 167명에서 235명으로 늘었다. 주지사 후보도 16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성 후보들의 수가 늘다보니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여성 후보가 출마해 맞대결을 벌이는 선거구도 25곳이나 된다.

현재 연방의회에서 여성 의원은 상원 100명 중 23명(23%), 하원 435명 중 84명(19.3%)이다.

후보자 중 상당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두 정당 여성 후보의 경선 통과비율에서 차이가 컸다. 쿡폴리티컬 리포트에 따르면 민주당은 경선에 나선 여성 후보 중 43%가 승리해 당 후보로 결정됐다. 반면 공화당 여성 후보 중에서는 13%만 경선을 통과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결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패배를 지켜봤던 여성들이 적극 참여한 것이 원인이라고 LA타임스는 보도했다. 여성 정치지망생 후원단체 에밀리리스트에 등록된 여성 정치인 수를 분석해 대선 직후 몇 주간 1000명 이상의 여성이 공직 출마를 위해 사무실을 열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여기에 여성 유권자들의 변화도 감지된다. ‘미투운동’에도 불구하고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가 인준을 통과한데 반발해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에게 제기된 5건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으며 그중 가장 먼저 폭로를 한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 청문회에 직접 참석해 공개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원에서 최종 통과됐다. 캐버노 대법관 후보자 지명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 것이다.

캐버노의 성폭력 의혹은 1991년에 벌어진 아니타 힐의 토머스 연방대법관 성추행 폭로 사건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여성의 해’로 기록된 1992년 선거 양상이 재연될지 주목된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토머스 대법관은 아니타 힐의 청문회 증언에도 불구하고 연방대법관이 됐지만, 청문회 이듬해인 1992년 선거를 앞두고 여성들은 ‘여자를 더 뽑자(Elect more women)’는 슬로건을 걸고 여성들이 대거 출마했고, 실제로 여성 당선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며 공화당이 참패했다. 당시 청문회에서 14명의 백인 남성 의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정치를 그들의 손에 맡겨둘 수만은 없다는 여성들의 자각을 이끌어냈다.

올해 선거를 앞둔 설문조사에서도 이같은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 9일 CNN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63%는 이번 중간선거 때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고 응답했다.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가 얻은 여성 득표율 54%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CNN은 민주당에 대해 단순히 이 물결을 탈 것이 아니라 여성들을 정치 최전선에 둬야 하며, 공직에 출마하는 여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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