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경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송희경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송희경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장

저출산은 여성들의 항거

‘아이 안 낳고 성과내서 승진할게’

여성 당협위원장 늘려야

한국당서 여성 중요성 인식 시작돼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국회 ‘센 언니’ 중 한명이다. 전자정보·IT기업에서 30년 직장생활을 통해 유리천장을 깨고 KT 전무에 오른 워킹맘인 그는 당에서 주어진 임무는 물론 전공을 살려 국회 내에서 당차게 일을 벌이고 있다.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송 의원은 각 당 비례대표 1번인 박경미·신용현 의원과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1년 넘게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운영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당 내에서는 원내부대표,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 간사, 정책위 부의장, 중앙여성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과 이외에도 다양한 임무를 병행했다. 지난 9월 18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를 중앙여성위원장에 임명했다.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송 위원장은 ‘비례대표 1번’이라는 자리의 책임감 때문에 “당에 보탬이 돼야 한다”면서 힘든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야무진 눈빛은 그대로였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대기업 임원에 올랐던 그는 국회에서 가족 문제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올해 초 통과된 한부모 양육비 이행확보 지원법 개정안은 의미있는 성과다.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소득과 재산 확인을 당사자의 동의없이 가능하게 했다.

중앙여성위원장이 되면서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비례대표를 보면 여성들이 적극적이면서도 세심하게 잘 하고 일도 많이 한다. 남성들은 점잖다”는 그는 당이 여성 인재를 키우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 내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때가 많았을 것 같다.

기업에서 여성임원으로 올릴 사람 찾는데 될 만한 후보가 없다. 40대가 돼서 아이가 둘, 셋이 되면 다 나간다. 맡길 데가 없어서 그만둔다. 일을 한창 해야 할 40대 중반들이 별로 없다. 오히려 30대 중반이 많다. 하나만 낳거나 아예 안 낳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육아 문제 때문에 폭발할 거라고 생각했다. 저출산은 국가가 육아를 책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여성들의 항거라 생각한다. 표현하자면 ‘아이 안 낳고 성과내서 승진할게’라고 하는 듯하다. 정당에서 선거 때 여성 공천이 저조한 문제 역시 안한 측면도 있지만 할 여성이 없다. 

기업인, 전업맘들이 정치에 진출하는 것은 어떤가.

기업 여성 선후배들을 많이 아는데, 국회에 들어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다. 직장을 다니든 아이를 키우든 자신의 분야에는 전문적이지만 정치는 멀게 느낀다. 그러나 그걸 불사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아이슬란드에는 아이만 키우다가, 회사에만 다니다가, 아나운서 하다가 의회에 들어가더라. 다양한 대표들이 들어와야 한다.

국회의원 임기 절반을 훌쩍 넘겼다. 소회 한 말씀 해달라.

너무 바쁘다. 맡은 일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다. 한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런데 주부들이 집에서 살림을 해도 티가 안 나는 것 같은 상황인 것 같다(웃음).

바쁜 중에도 중앙여성위원장을 맡게 된 이유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일이 오는 걸 마다하는 성격이 아니다. 기업에서도 그렇게 일을 해왔다. 여성위 맡은 이유는 중앙직능위원회 여성분과와 중앙여성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게 필요하다는 거였다. 전임 중앙여성위원장들도 다들 고민했을 텐데 왜 안 모아졌을까 의문도 들었다. 당이 너무 인기가 없긴 하지만 젊은 여성들을 만나보면 막무가내로 싫어하는 게 아니다. 이슈별로 다르더라. 그걸 솎아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당마다 여성위원회가 있지만 존재감이 약하다.

여성들이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남성 위주의 문화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 의원들의 수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 의원이 부족하면 당직을 원내외 골고루 허용해 인재 진출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여성위원장 임명받을 때도 당협위원장에 여성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에서 그저 병풍같은 여성위원장이 되지 않겠다.

여성당원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이고, 어떻게 추진할 예정인가.

뭐니뭐니해도 관심사는 제21대 총선이다. 곧 국정감사가 끝나면 총선 모드로 돌입한다. 중앙여성위원회가 젊고 새로운 목소리가 들어오는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 여성들이 뭔가 시원하게 속내를 털어낼 수 있는 장이 없더라. 여성 조직을 운영하면서 친정포럼을 만들어 매달 모임을 진행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20대에서 70대 등 다양한 세대가 함께 했다. 분과위원장을 세대교체하고 여성 리더들의 정기모임을 만들어 나온 의견을 당에 전달하겠다. 

자유한국당의 문제 중 하나가 여성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당에서 여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중앙당의 여성국에도 인력을 한명 늘렸다. 당 조직국장에 처음으로 여성을 임명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실히 강화됐다. 중요한 건 인재 유입을 위해 당이 정책정당, 너무 수구적이지 않은 정당, 너무 남성이 아니라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이 자유롭게 정당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제사법위원회 올라온 여러 미투 법안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이 통과를 보류시켰는데.

무고죄 등 형법 개정안이 많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숙고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다. 우리당은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관련해서 여당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부럽고 칭찬할 만 한건 여성 장관 30%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중대한 지표를 세우는 거다. 제가 할일은 전당대회 끝나고 당권이 섰을 때 공천제도 안에 여성 부분을 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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