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아트스페이스 노에서 열린 여성·청년특별위원회 타운홀 미팅-일·가정양립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아트스페이스 노에서 열린 여성·청년특별위원회 타운홀 미팅-일·가정양립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여성신문] 일·가정양립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내와 딸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에게 다가서려 애썼지만, 성차별에 대한 얕은 문제 인식도 함께 드러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당 여성·청년특별위원회의 일·가정양립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여성들과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 나누었다. 그는 참석한 여성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가족의 이야기와 본인이 재직한 대학의 사례 등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김 위원장은 먼저 과거 외국계 기업에 다니던 자신의 아내가 일을 그만두게 된 사연으로 말문을 열었다. “저희 집사람이 직장생활을 했는데 꽤 괜찮은 직장이었다. 한국에 있는 글로벌 기업의 전산실장을 했는데 92년까지 그러니까 한 25년 됐다. 그 당시에 전산실장을 하고 했는데 할 수 없이 이제 승진의 한계 또 뿐만 아니라 제가 미국의 sabbatical 안식년을 가니까 할 수 없이 사표를 내고 보따리를 쌓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제가 그만둘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아마 외국인 회사에서 훨씬 저보다 월급도 많이 받고 사는 것도 더 나아질 것인데 제가 출근을 안 할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자신의 큰 딸에 대해서는 공부를 할 만큼 했지만 지금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다고 전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의 인생이 어떤 남편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인생이 좌우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대학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학교에서 여자 교수를 뽑지 않으려 했었다며 “저녁에 회식도 하고 늦게까지 술한 잔해야 하는데 자리를 같이 하기가 곤란하다”고 했던 학교측의 얘기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이 다양한 성차별 현상을 제시했음에도 일·가정 양립이 되지 않는 주된 요인을 제도 미비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제도문제 뿐만 아니라 문화까지 다 겹쳐져 있다”면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방과 후 대책이 없다거나, 가사노동을 여성이 전담하는 이런 잘못된 문화 그러면서 또 출산과 그 다음에 육아, 탁아에 대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미비나 이런 것들이 두루두루 이야기 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아 지원 제도, 방과 후 학교 등 이미 많이 지적된 단편적인 제도적 문제는 구체적으로 거론한 반면, 이밖의 성차별에 대해서는 “가사노동을 여성이 전담하는 잘못된 문화” 정도로 지적하는데 그쳤다.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 문화, 기업의 성차별 채용, 유리천장에 관한 개념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등 성차별에 대한 문제 의식과 구조적 접근, 성평등을 위한 근본적인 모색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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