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지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가수 지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 부문 수상자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1997년 밴드 ‘마고’로 활동 시작

2002년 첫 음반 ‘후: 만나다’로 인기 

문화·젠더 공부하며 문화기획자로 활동 

지난해 2집 ‘나의 정원으로’ 발매 

“평화의 페미니즘을 음악으로 말하는 사람”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첫 음반은 2002년 6월 처음 나왔다. 여성의 자위를 당당하고 건강하게 표현한 ‘마스터베이션’과 성추행하는 남성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아저씨 싫어’ 등 솔직하고 대담한 그의 노래는 당시 남성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깨는 곡들로 주목받으며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1997년 여성밴드 ‘마고’ 활동을 시작으로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월경페스티벌 등 각종 여성 행사에서도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2018년 10월, 그를 만난 곳은 무대 위가 아닌 서울 서대문구청 뒤 안산자락길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여전했지만 이전과 달리 머리를 길렀고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그가 키우는 고양이와 자주 온다는 연못에 도착해서야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수상소감을 묻자 지현은 “1집 앨범 발매 후 2집을 내기까지 제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수상 자체가 페미니스트 가수로서 살아갈 큰 용기를 줬다. 또, 성 평등을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답했다. 

“페미니스트 가수를 선언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어요. 20대 중반 첫 번째 음반 ‘후: 만나다’에서는 부당함을 향해 소리쳤고, 고통을 내뱉으며 절규했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노래가 여전히 사랑받고 그 노래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기쁘지만, 아직도 싸울 일이 남아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 슬프기도 해요. 이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세대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현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던 그는 2011년 홍대 앞 철거 농성을 하던 ‘두리반’에서의 칼국수 음악회를 기점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 주세요>(2012)에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로 참여했으며, 동성결혼식을 다룬 정소희 감독의 다큐멘터리<퍼스트 댄스>(2014)에 엔딩곡 ‘어디에나, 그대’를 쓰고, 노래했다. 최근에는 장윤주 감독의 단편영화 <모모>(2016)의 음악감독으로도 작업했다. 대학에선 문화와 젠더를 연구, 문화기획자로도 활동했다. 권력이 만들어낸 약자의 위치와 차별에 대해 특히 관심이 많다.

“낯선 관객과 무대에 조금 지쳐 있었어요. 다시 노래를 만들 준비가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두리반’에서 활동하던 조약골과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송은지, 두 사람 덕에 다시 노래할 수 있었어요. 실내장식이 반쯤은 허물어진 두리반에서의 공연은 그 어떤 공연보다 제게 힘이 됐어요. 또,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앨범을 만들기 위해 모인 다양한 여성 뮤지션들과의 교류는 잠자던 제 목소리를 깨워줬습니다.”

 

2집 ‘나의 정원으로’
2집 ‘나의 정원으로’

오랜 준비 끝에 지난해 선보인 두 번째 음반 ‘나의 정원으로’는 듣는 이가 쉬어갈 수 있는 편한 음악을 선사한다. 최소한의 악기 음향과 다정하고 세련된 편곡이 특징이다. 여기에 이전과는 또 다른 지현의 편안한 목소리가 더해져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마치 정성 들여 가꾼 소박한 정원에 머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침단금’ ‘나의 정원으로’ ‘꽃그늘 아래’ ‘안녕 언니’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 ‘어디에나, 그대’ 등 총 열 곡이 수록돼 있다.

지현은 자신을 “평화의 페미니즘을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시간이 흐른 만큼 그가 소통하는 방식 또한 달라지고 있다. “퍼포머(Performer)로서 가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1집 때는 구호나 투쟁의 메시지를 담았다면 이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힘을 주고자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은 제게 또 다른 출발선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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