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통문’ 발표 120년 기념

한국여성미술인 120인 전

31일까지 국회의원회관

 

‘훈습’,  유화,  2018 ⓒ박근자
‘훈습’, 유화, 2018 ⓒ박근자

한국 여성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20인의 120년 전 발표된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인 ‘여권통문’의 기리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90대 원로부터 50대 중진까지 한국화, 서양화 등 장르를 망라해 이번 전시를 위해 힘을 모았다. 한자리에 모이기조차 힘든 120인이 뜻을 모은 까닭은 여권통문을 발표하는 등 선구적인 여성들의 활동을 기리기 위해서다.

한국여성미술인 120인 전 ‘역사, 여성, 미래’는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내 국회 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여권통문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앞장서온 (사)역사·여성·미래가 전시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여권통문’ 발표의 내용에 공감하고,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을 촉구한다는 취지에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부담해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정현주 역사·여성·미래 공동대표는 “권경애 120인 전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한국화 서정완, 홍순주, 안예환 작가, 서양화 김경복, 임현자, 박희자, 강승애, 이춘옥, 박은숙 작가, 수채화의 유명애, 박유미 작가 등 총 12명이 발로 뛰며 전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엉겅퀴’, 유화, 2018 ⓒ심금례
‘엉겅퀴’, 유화, 2018 ⓒ심금례

전시에는 93세 신금례 화가도 참여했다. 그는 홍익대 조형대학 교수로 30년 가까이 재직한 뒤 92년 퇴임한 뒤에도 열정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주로 야생화를 소재로 하는 소박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이번에는 유화 작품 ‘엉겅퀴’를 선보였다.

박근자(84) 화가는 ‘여권통문’ 글을 읽고 120년전 이소사 김소사를 생각하며 그 감동을 표현한 작품 ‘훈습’을 전시한다. 훈습(熏習)은 불교 용어로, 습관적인 행동에 따른 잠재인 상을 가르키는 표현으로, 어떤 것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줄 때 그 영향을 받는 작용을 말한다. 작가는 당시 이소사 김소사의 영향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주장한다.

국전에서 4차례 특선을 한 이경순(92) 작가는 1982년 서양화 부분의 유일한 여성으로 국전 초대작가 였다. 평소 헬맷을 쓰고 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2년 대한민국미술인상 대상을 수상한 이인실(85) 작가도 120인 전에 동참했다. 한지에 수간채색, 분채와 먹을 이용한 전통적 한국화의 기법을 사용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도 같은 기법의 ‘합창’을 선보였다.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 내 아트갤러리에서 열린 한국여성미술인 120인 전 ‘역사, 여성, 미래’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배용 역사·여성·미래 이사장, 신용현 국회의원을 비롯해 참가 작가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역사·여성·미래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 내 아트갤러리에서 열린 한국여성미술인 120인 전 ‘역사, 여성, 미래’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배용 역사·여성·미래 이사장, 신용현 국회의원을 비롯해 참가 작가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역사·여성·미래

1일 열린 전시 오프닝 행사에는 행사를 국회에 추천한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해 정세균 전 국회의원장과 심재철, 송영길, 이종명, 남인순, 박경미, 김현아 국회의원, 신명, 서혜석 전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등 전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전시는 장소 관계상 3부로 나뉘어 40인씩 릴레이 전시가 이뤄진다. 이번 1부 전시의 오프닝 행사에 이어 11일, 22일 오후 2시에 각각 오프닝 행사를 갖는다.

여권통문은 120년 전인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의 여성들이 남녀의 동등을 주장하는 내용의 ‘여학교 설시 통문’을 일컫는다. 이 통문에서 그들은 국가에 여학교 설치를 요구하며 여성들의 배움 기회를 주장했다. 여성도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국가 정치에 참여도 요구했다. 당시 9월9일자 독립신문과 10일자 독립신문 영문판에 여권통문이 기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120년이 넘도록 ‘여권통문’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역사·여성·미래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각 분야에 정착해 뿌리를 내려오면서 국가발전에 기여한 여성들의 역사를 모아 보여줄 역사관이 필요하다”며 “이에 국립여성사박물관이 건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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