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성평등문화정책 포럼 ‘여성, 성평등 문화·예술 현장을 말하다’가 열려 김혜인 한국관광문화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성평등문화정책 포럼 ‘여성, 성평등 문화·예술 현장을 말하다’가 열려 김혜인 한국관광문화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 참여정부 당시 7억원 가량이었던 여성문화 관련 예산이 지난 10여 년간 1억원 가량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성평등문화정책 1차 포럼에서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사장은 성평등 문화정책수립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밝혔다.

한국여성재단이 ‘여성, 성평등 문화 예술 현장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날 포럼은 여성 문화·예술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포럼을 통해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해 국내 성평등 문화를 증진하고 확산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이 이사장은 “지난 10여 간 많은 것이 퇴행했다. 여성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젠더 정책이 없고 여성가족부에는 문화정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현행 ‘예술인 복지법’에서 복지 대상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적어도 1년에 몇 편 이상이라는 식으로 작품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복지의 우선 대상이 돼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여성들의 경우 예술활동이 불연속적이고 간헐적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장 소외되고 열악한 상황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우선적으로 복지 대상이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토론에 참여한 여성문화예술인 관계자들을 통해 현장의 어려움과 문제가 다양하게 제기됐다.

발제에 나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혜인 부연구위원은 문화예술 주요기관 중 비정규직 비율 70~90% 넘는 곳이 많고, 이들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전했다. 반면 100곳이 넘는 기관의 대표 중에서 여성의 비율은 7.4%에 그치는 등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직급에서는 배제된다고 했다. 이는 “자리다툼의 얘기가 아니라 성평등 이슈를 결정할 때 큰 파급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양성평등위반 민원 및 신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위반 처분이 감소했다는 점과 위원의 여성 비율이 0%인 점은 서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김민지 EBS 까칠남녀 PD는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조사 결과 지난 7월 9개 채널 연예오락프로그램에 성차별적 내용이 성평등적 내용보다 4.6배, 122개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성평등보다 차별에 관한 내용이 5배 많았다고 전하면서 성평등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김 PD는 구체적으로는 △방송사 내부의 남성중심적 구조 변화 △방송 제작자의 성평등 인식 제고 △성평등 콘텐츠 제작에 대한 동기부여 △성평등 위반건에 대한 심의 규정 강화 △성평등 보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방송을 사후 심의받는 것은 사후약방문”이라면서 “기획 단계에서 모니터링, 감시하는 역할이 필요하고 규제기구에 여성이 포진해야 한다”고 했다.

무용계의 성차별과 성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박성혜 무용평론가에 따르면 무용계의 특수성 때문에 성폭력 사건도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문제 해결도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특히 박 평론가는 “무용의 특성상 남녀의 신체 접촉이 많고 분장실, 탈의실 등 공간이 폐쇄적이어서” 성폭력에 노출될 요인이 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전무하다”고 했다. 또 “무용계의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남성은 소수라는 희소성 때문에 우대문화가 작동하고 있어 사고가 생기면 남성부터 보호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있고 2차 피해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해결은 더욱 어렵다. 박 평론가는 “무용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집단적이다 보니 폐쇄성·위계성이 강해 피해자가 발언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예술분야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여성 중 41%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하지만 제가 체감한건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박 평론가는 성폭력 외에도 다이어트나 출산 등 여성 무용가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적 행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다이어트가 강제화·조직화돼있고 공공기관조차도 마찬가지이며, 몸에 대해 쇠고기 등급 매기듯 매긴다”고 비판했다. 또 “가장 가슴 아팠던 건, 출산을 장려하지 않는다”면서 “아이를 낳으면 끝난다. 많은 친구들이 무용계를 떠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여성이 많다보니 경력단절이 당연시 여겨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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