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의견과는 무관합니다. <편집자주>

저는 대학 다닐 때 집과 학교가 매우 멀었습니다. 버스를 두 번 타야 했고,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 거리도 멀었고 정류장에서 내려서 학교 강의장까지 걷는 거리도 멀었습니다. 편도 1시간 반 이상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간에 다니면 버스에서 내내 서 있어야 했고, 당시에는 핸드폰도 없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멍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제가 택한 전략은 잠을 줄여서 일찍 등교하고 늦게 하교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찍 학교에 가면 버스에 앉아서 갈 수 있고, 뒷자리에 앉아서 부족한 잠을 잘 수 있었고, 새벽에 학교에 도착하니 자리가 부족한 도서관에 좋은 자리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밤 늦게 집에 들어가고 새벽에 집을 나서는 학생이 되었지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수업에 참가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숙제하고 시험 공부하는 등의 일을 다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 했습니다. 늘 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잤고 청바지에 짧은 커트 머리만 하고 다녔지요. 제가 부러워했던 친구 중 한 명이, 예쁘게 화장도 하고 옷도 페미닌 스타일로 입고 머리도 길러서 차분하게 드라이하고 학교를 다니는 친구였습니다. 너무 예쁘면서 공부도 참 잘 했습니다. 얼마나 부러웠던지요.

그래서 회사에 입사하고 주거를 독립할 수 있게 되면서 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회사에 무척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일도 많이 하고 좀더 자유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반지하 원룸을 구해 독립하면서 저는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버스 타고 보내야 하는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회사에 입사해 보니, 여성은 남성에 비해서, 업무 성과를 내는 데 불리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업무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남성이 더 많고 여성이 더 적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출근 준비를 하면, 대체로 여성의 경우,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머리도 더 기니 감고 말리는 시간도 더 길고, 화장도 해야 하고 옷 챙겨 입는 것도 시간이 더 걸립니다. 제가 남성 동료에 비해서 탁월하게 실력이 좋지 않으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때 제가 남성 동료에 비해서 더 많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거지요.

그래서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도,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하기 위한 저만의 방법들을 고안했습니다. 물론 누구나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요. 예를 들면, 늘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것, 그래서 사무실에서는 기획을 하느라 별도의 시간을 보내지 않고 바로 보고서 작성을 하는 것, 소비자 조사 프로젝트를 하면 설문문항 기획은 이동 중에 다 하고, pc가 있는 사무실 자리에서는 바로 설문을 작성하는 것 등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지역에 가서 업무 협의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같이 동행했던 여자 후배가 저에게 “차장님은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세요?” 라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 때 저는 다른 여성 후배들도 남성인력들에 비해 시간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제가 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시간이란, 여성이 학업이나 업무 상황에서나 남성에 비해 부족한 영역입니다. 제가 능력이 더 뛰어나지 않은 이상, 하루 24시간 정해진 시간을 어떻게 더 현명하게 잘 활용해야 하는지가 너무도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이지요. 미혼일 때도 그렇고, 결혼을 하면 그 정도가 더 힘들어지고, 자녀를 갖게 되면 더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제가 여성후배들에게 제안하는 것은 1)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아껴서 사용하자는 것 2)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예로, 출퇴근 길에 업무에 필요한 것을 검색하거나, 생활에 필요한 쇼핑을 하거나,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거나, 요즘 젊은 여성들이 많이 하는 것처럼 화장을 하거나 하는 등이 모두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일 겁니다. 또는 같은 일을 더 빨리 더 적은 시간을 들여서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에 단톡방에 업무 처리해야 할 내용을 공유하거나, 그게 너무 빠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인 경우에는 문자로 예약발송을 걸어 두거나, 업무 처리해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메모를 빠짐없이 해 두고 챙기거나, 수첩이 불편하면 아이디어 떠오르는 것을 카톡으로 나에게 보내 두거나 하는 등등을 저는 사용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 분도, 귀중한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고 실행해 보길 권합니다.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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