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키우는 우리는 얼마 전 새로운 보모를 채용했다. 학교가 오후 3시 30분에서 4시 정도에 끝나기 때문에, 영국의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돼 혼자 통학을 할 수 있기 전까지는 대부분 이렇게 파트타임 보모를 고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올린 채용 광고에 지원한 약 80명 중 남성 지원자는 그저 3명이었다는 점이다. 그다지 놀라운 통계는 아니다. 영국에서 현재 영유아 교육 또는 육아직에 종사하는 사람 40만명의 98%가 여성이라고 하니, 80명 중 3명의 지원자는 영국 평균보다 상당히 높은 것이다. 영국 BBC에서는 아직도 ‘아이를 돌보는, 특히 어린 아이를 돌보는 일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합하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https://www.bbc.co.uk/news/education-43386250).  

우리는 성별에 상관없이 가장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훌륭한 보모가 될 만한 지원자 5명을 면접 후 최종 결정을 했는데, 그렇게 해서 고용하게 된 보모는 남성이다. 영국에서는 남자 보모를 ‘Male Nanny’, 줄여서 ‘매니(Manny)’라고 부른다. 이번에 우리 가족에 합류한 보모는 전문 보모로서 아동심리학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한편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고 테스트 코치가 되기 위한 교육에도 참여하는 중이라 운동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다. 친절하고 음식도 잘하고, 아이들에게 아주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소문으로만 듣던 Manny를 직접 만난 것은 영국 생활 23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변 엄마들은 우리가 Manny를 고용하자 호기심에 많은 질문을 한다. 함께 생활하기 불편하지는 않은지,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하는지, 아이들 요리는 잘 해주는지, 끊이지 않는 질문이 참 신기할 뿐이다. 여자 보모를 고용했다면 질문의 내용이 아주 달랐을 텐데 말이다. 부정적인 생각이라기보다는 그저 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가득한 질문들이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아직도 이 사회는 남자가 해야 할 일, 여자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모르게 선을 그어 두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앞서 언급한 BBC 기사는 성평등을 위해 남성들도 영유아 교육 직업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정책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영국은 현재 영유아 교육인들이 많이 부족해 남자 선생님 또는 보모들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영국의 이혼율이 높다 보니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은 요즘,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남자 선생님과 소통할 기회는 성장의 한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여자가 할 수 없는 직업이 어디 있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요즘,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식으로 전문직이든 가정에서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여자가 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편견을 잃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도 가끔씩 우리 사고방식 안에 깊이 잠재해 있는 편견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오늘은 우리 Manny가 아이들 식사를 준비하면서 우리 저녁도 준비해줬다고 한다. 집에 가는 길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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