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경제를 알아야 한다고 해서 관심을 두려고 하는데, 어렵기도 하고 잘 와닿지도 않아요. 제 일상은 경제라는 단어와 너무 먼 것 같은데, 제가 대체 왜 경제를 알아야 하죠?

A.

경제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은 꽤 복잡한 일입니다. 경제를 이루는 것이 가계, 기업, 정부고 경제적 행위가 소비, 생산, 교역, 투자, 정부 지출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벌써 머리가 아파지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경제를 알아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건 경제를 모를 때 생기는 불편함과 손해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불편함과 손해가 있을까요?

첫째, 경제를 모르면 삶의 중요한 순간에 옳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경제는 순환합니다. 좋은 때와 나쁜 때가 있다는 뜻입니다. 경제의 사이클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왜 생기는지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마다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니까요. 저는 경제의 순환을 만드는 요인으로 기업들의 과잉 투자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꼽습니다. 오늘은 투자에 대해서만 설명해보려 합니다.

경기가 좋을 때 사람들은 좋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기업은 설비를 늘리고 장사하는 사람은 가게를 확장합니다. 사람도 더 뽑습니다. 이런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동시에 하면 투자는 적정 수준보다 훨씬 많이 이뤄집니다. 과잉 투자가 수요 부족과 만나게 되면 불황이 발생합니다. 불황이 닥치면 매출은 줄고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은 몸을 움츠립니다. 월급을 깎고, 직원을 줄입니다. 새로운 직원 채용도 가급적 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학점이 나쁜 대학생도 취업이 쉽습니다. 비싸고 맛이 없는 식당도 장사가 잘 됩니다. 경기가 나쁠 때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도 직장을 구하거나 옮기기 어렵습니다. 아주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습니다. 내 실력보다 시시한 회사에 가야하고 내가 받아야 하는 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겨우 팔립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좋은 선택을 하려면 이런 경기의 흐름을 잘 알아야 합니다. 좋은 경영자는 경기가 나쁠 때 투자를 늘리고 경기가 좋을 때는 역으로 투자를 줄입니다. 호황이 계속되지 않고 불황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둘째, 경제를 모르면 재정적인 측면에서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요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집이 없는 사람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도 전세 혹은 월세를 택해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을 겁니다. 전세나 월세를 내는 대신 집을 사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예상을 했을 뿐 아니라 설령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집을 사는 것이 전세나 월세를 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경제를 알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주식, 채권 같은 것의 가격 움직임이 결국 경제의 좋고 나쁨과 연동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만해도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3년 국고채 금리는 5%가 넘었습니다. 지금은 2%가 채 되지 않습니다.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미래 현금 흐름의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리가 10%라면 지금 9천 90만 원이 1년 뒤 1억이 되지만, 금리가 0%라면 내년에도 9천 90만원일 뿐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내년에 연봉 1억을 지급하려면 지금 9천 90만원만 갖고 있으면 되지만 금리가 0%인 세상에서는 1억이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금리가 10%에서 0%가 되면 부담이 커진 기업은 채용을 꺼리게 됩니다. 같은 상황에서 집주인은 집값과 같은 수준까지 전세금을 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금리의 변화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은 자산의 가격에도 아주 큰 영향을 줍니다. 지금은 소득뿐 아니라 자산도 중요한 시대입니다. 경제를 몰라 자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지 못하는 것은 속상한 일입니다.

셋째, 경제를 알면 많은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가 쉬워집니다. 이건 제법 긴 이야기라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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