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카스카베시에 위치한 어린이식당 히나타에서 저녁밥을 먹은 아이들과 식당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식당에는 식사하는 70대 어르신도 있었다.
일본 카스카베시에 위치한 어린이식당 '히나타'에서 저녁밥을 먹은 아이들과 식당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식당에는 식사하는 70대 어르신도 있었다. ⓒ카스카베시=이유진 여성신문 기자

‘짱구는 못말려’의 배경마을

일본 사이타마현 카스카베시

어린이식당 ‘히나타’서

동네 주민들 모여 안부 물어

어린이식당은 사회운동...150곳 추정 

만화영화 ‘짱구는 못말려’의 배경마을인 일본 사이타마 현 카스카베 시에 있는 작은 2층 건물은 수요일 저녁이면 어른아이할 것 없이 함께 모여 왁자지껄 즐겁게 식사를 한다. 식사준비는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 자원봉사로 하고 있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식사하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한부모인 엄마가 몸이 아파 아이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 동네에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도 오늘따라 유난히 혼자 식사하기가 싫어서 식당을 찾았다. 아이 셋을 키우며 직장다니는 엄마도 들렀다. 아이들은 학원가고 엄마는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란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동네 주민들이 이곳에 모여 식사를 한다. 이곳은 카스카베 어린이식당 ‘히나타’이다.

끼니 때가 되면 다양한 상황이 펼쳐진다. 부모는 저녁시간이 되어도 퇴근하지 못해 아이들의 식사가 걱정이다. 저녁마다 아이들끼리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아침에 준비해 두고 간 음식을 냉장고에서 꺼내서 아이 혼자서 먹는게 마음에 걸린다. 퇴근 후 어떤 날에는 너무 지쳐 꼼짝도 하기 싫은데, 그렇다고 배달음식도 싫고, 뭔가 따뜻한 분위기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싶다. 몸이 아파 너무 힘들 때 아이들 끼니를 챙기는 것도 큰 부담이다. 혼자 식사해야 하는 1인 가구, 특히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은 식사를 거를 때가 많다.

단순히 한끼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며 때로는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하고 싶을 때 찾아갈 곳이 집근처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한부모나 미혼모 등 주변에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에게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일본에서 어린이식당은 도쿄도 오타구(大田区)에 있는 야채가게 사장 곤도 히로코(近藤博子)씨가 만들면서 시작됐다. ‘어린이식당’을 만든 계기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 사회의 ‘보이지않는 빈곤’을 알게 된 곤도씨가 ‘어린이식당’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 곤도씨의 ‘어린이식당’을 도쿄도 도시마구(豊島区)에서 어린이를 지원하던 ‘도시마어린이 와쿠와쿠네트워크’의 구리바야시 치에코(栗林知絵子)씨가 도입하면서 빠른시간에 확산됐다.

어린이식당이 짧은 시간에 전국으로 확산된 이유는, 일본 정부가 2009년에 처음으로 상대적 빈곤률을 공표하면서 표면상으로 보이지 않던 빈곤층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드러났고, 특히 어린이 빈곤층의 증가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일본 NPO 카타리파는 어린이식당이 어린이들의 끼니 해결과 나홀로 식사 문제는 부모의 일자리, 혼인상태 등과 깊은 관련이 있어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아이들에게 맛있고 따뜻한 밥을 먹이는 취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사회운동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어린이식당은 일본 전국에 150개 이상이 된다. 

 

 

카스카베 어린이 식당 ‘히나타’ 운영자 이가리 씨. ‘히나타’는 ‘따뜻하게 햇볕이 드는 양지’라는 뜻이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카스카베 어린이 식당 ‘히나타’ 운영자 이가리 씨. ‘히나타’는 ‘따뜻하게 햇볕이 드는 양지’라는 뜻이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어린이 빈곤 심각...사회 문제이자 우리의 숙제”

[인터뷰] 식당 ‘히나타’ 운영자 이가리 씨

10대 때 아이 둘 낳은 한부모

자포자기 위기 때 시작

사회 문제 해결 기여에 보람

관계·마음의 어린이빈곤 심각

히나타 어린이식당의 운영자인 이가리 효세(猪狩氷青)씨 자신도 어린 나이에 혼자 두 아들을 키우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매일매일 이런 문제에 직면하며 살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자신의 어려움을 도와 줄 곳이 부족했다. 이가리씨는 ‘도와줄 곳이 없다면 직접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뜻이 같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어린이식당을 열었다.

이가리씨는 올해 서른 살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한부모이다. 올해 서른 살인 이가리 씨는 중국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부모님 이혼으로 어머니와 살게 되었지만, 어머니가 재혼으로 일본으로 오는 바람에, 이가리씨는 세살 때부터 열네살 때까지 기숙사형 음악학원에에서 자랐다. 열네살 때 일본으로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혼자 생활하다가 열여섯살에 결혼, 열여덟살에 장남을, 열아홉살에 차남을 낳았지만 스무살에 이혼했다. 이혼 후에는 아들 둘을 키우며 일자리를 구하는데도 한계가 있었고,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기고 일을 하고 싶어도 대기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무엇보다 셋이서 생활하기 위한 생활비를 확보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매일매일 싸워야만 했다. 그런 생활을 보내던 중에, 어떻게든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된다는 생각과,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교에(共栄)대학 국제경영학부를 졸업했다.

현재 이가리 씨가 생계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은 세 가지다. 대학 전공을 살린 경리 관련 업무, 요가 강사, 중국어 강의. 거기에 어린이식당까지 시작하면서 이가리씨의 요가 교실과 한켠에 마련되어 주방이 만들어졌다. 여성신문 기자들을 만난 날도 이가리 씨는 요가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어린이식당으로 데려오고, 식사 준비도 돕는 등 잠시도 자리에 앉을 틈이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에도 식사하러 오는 이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식당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때 이가리 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린이식당은 어떤 곳인가?

어린이식당은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지역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영양가 있는 식사와 따뜻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곳으로 일본 곳곳에서 퍼지고 있는 사회운동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료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는 한끼에 300엔을 받는다. 2010년쯤부터 일본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홀로 식사문제의 해결, 어린이와 어른들 간의 관계형성, 지역 커뮤니티 연대의 장이 되고 있다.

어떻게 어린이식당을 열 생각을 했나?

한부모로서 아들 둘을 키우며 학교에도 다니고 일도 해야 했다. 내 경우는 주위에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아들이 저학년일 때 학교가는 걸 거부하기도 하고 작은 아들이 전염병 등으로 유치원을 오래 쉬거나, 폭설로 등원이 어려울 때 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많은 분들에게 신세를 졌다. 하지만 막상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마땅히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시청에 이야기를 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어찌어찌해서 두 아이와 나 이렇게 셋이 겨우 지금까지 왔다.

지금 일본에는 나처럼 혼자 아이들을 키우면서 열심히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어머니, 아버지들이 많이 있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어느 지역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식당을 보게 되었고,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의 뜻이 맞는 동료들을 모아, 아이들과 부모들을 돕고 지원하자고 힘을 모았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식당을 열었나?

아니다. 처음에는 취직을 하려고 했다. 졸업 후, 취직할 뻔한 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입사 설명회를 들어보니 도저히 육아를 하면서 그 회사에 다니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사를 포기했다. 그런 일이 있자 막막했다. 정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어린 아이 둘을 키우며 일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있다가 어느 날 “그래! 없으면 내가 만들자! 나 같은 생각을 하고 고민하는 한부모가정의 부모는 겉으로 잘 보이지 않을 뿐 많이 있을 것이다. 나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 그리고 어린이식당도 연 것이다.

 

어린이식당 히나타에서 아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 ⓒ이유진 여성신문 기자
어린이식당 히나타에서 아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 ⓒ이유진 여성신문 기자

어린이식당을 운영하며 좋은 점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일가친척이 없는 내게 가족과 같은 커뮤니티가 생긴 듯해서 너무 좋다. ‘외로운 나홀로식사’ ‘한부모 가정’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부족’ 이라는 말을 최근 많이 듣는다. ‘어린이 빈곤’문제도 심각하다. 온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워내야 한다.

‘어린이빈곤’이란, ‘경제적 빈곤’민이 아니라 부모자식 관계에서 마음의 고립으로 인한 ‘관계적 빈곤’, ‘마음의 빈곤’ 등도 포함된다.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결핍을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어서 기쁘다.

그리고 한부모든 양부모든 육아를 하면서 일가정 양립을 위해 치열하게 애쓰는 사람들에게는 일하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부모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이란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가 안심하며 지낼 수 있는 환경’이다. 이것은 사회문제이지만 가까이는 우리의 문제이고 숙제이다. 이런 숙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보람도 있다.

10대에 아이 둘을 낳아키웠다. 힘들었을텐데...

10대라서 특별히 힘든 것은 없었다. 아니 10대라서 어려웠던 것 같다. 삶의 경험이 없어 인간으로서 순간순간 판단해야 하는 일들이 어려웠다. 난 너무 외롭게 자라서 가족이 그리웠다. 그래서 일찍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았을 때는 나 자신도 더 성장해야 하는 시기였고, 인생경험, 인간관계, 이아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잘 몰랐다. 그래서 순간순간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당연히 어려웠다.

싱글맘들은 모두 힘들다. 나도 남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는 내가 미숙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내게는 그런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국가 지원은 받지 않았다. 아동수당만 받았다. 한번 지원에 의존해 살기 시작하면 계속 의지할 것 같아서 어떻게든 내 힘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지원을 받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성격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두 아들과 정말 웃으면서 살고 싶다.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도 많이 하고 싶다. 작년 말에 아버지가 56살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못다사신 삶만큼 내가 더 열심히 살고 싶다. 괴로울 때는 나만 괴로운 게 아니더라. 나처럼 10대에 출산한 한부모들이 많다. 이들에 대한 지원책도 만들고 싶다.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은, 저마다 각자의 사정을 안고 열심히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와 아이들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차별 없는 즐거운 프리스쿨이다. 아직은 힘과 경험이 부족하다. 우선은 꿈을 향해 한걸음 나간다는 생각으로 어린이식당이라는 공간을 제공하고 모두 같이 즐겁게 먹으면서 식사 예절을 배우고 자신과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만난다.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며, 서로 생각을 나누고 힘들 때 힘을 얻어가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

 

일본 카스카베 어린이식당 ‘히나타’의 한끼 식사. 식당에 따라 무료로 운영하기도 하고 식비를 받기도 한다. 히나타는 한끼 300엔을 받는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일본 카스카베 어린이식당 ‘히나타’의 한끼 식사. 식당에 따라 무료로 운영하기도 하고 식비를 받기도 한다. 히나타는 한끼 300엔을 받는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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