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권통문 발표 120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권통문 발표 120년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피해자 ‘동의’ 여부를 성폭행 기준 삼자는

‘비동의간음죄’ 입법 논의 본격화되나

[여성신문] ‘비동의간음죄’ 도입 법안이 조만간 국회에 발의될 전망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1일 “어제 법안이 준비됐다. 곧 발의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권통문 발표 120주년 기념행사에서 축사 중, 비동의간음죄 법안 내용과 취지를 짧게 설명했다.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 이후, 한국도 성범죄 관련 ‘노 민스 노(No Means No) 룰’을 도입해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성폭행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우리 법은 성폭행이 성립되려면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에 이르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를 따진다. 이는 가해자가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에서 피해자는 제대로 반항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라는 질타를 받아왔다.

나 의원은 “예전에는 폭행·협박이 있었을 경우에만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었는데, (폭행·협박 여부를 떠나) 피해자가 ‘노(No)’라고 해도 가해자가 성폭행했다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위력 관계에서 피해자의 ‘예스(Yes)’ 없이 발생한 행위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나 의원은 안 전 지사 1심 판결 직후인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긴급간담회를 열고 “성범죄 관련 비동의간음죄 도입에 대한 초당적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달 24일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여성 국회의원들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동 주최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려, 나 의원 등 야당 여성 의원들이 입법 쟁점을 논의했다. 

 

8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려 토론자들과 참석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8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려 토론자들과 참석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편, 이날 축사에서 나 의원은 “올 초 혜화역 시위 확산과 안 전 지사 1심 판결을 보며 판사 시절 기억을 떠올랐다”라며 “1990년대 초 부산에 남성들이 접객하는 유흥업소인 ‘호스트바’가 급증했다. 여성이 접객하는 업소는 단속하지 않던 경찰이 ‘남성’이 접객하는 업소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대거 청구했다. 당시 판사였던 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행정법규 위반일 순 있어도, 구속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호스트바’를 좋아하진 않지만, (호스트바에만 대한 영장 청구는) 그들의 시선 (남성중심적 시선)에서만 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혜화역 시위에서 나온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시위는 ‘여성이 몰카 피해자일 때와 다르게 남성이 피해자일 때에는 신속한 수사가 진행된다’는 문제 제기에서 촉발됐음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지사 사건을 보면서 재판부에 여성 판사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조금 다른 판결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라며 비동의간음죄 도입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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