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옥스퍼드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나는 15년간의 회사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고 나만의 꿈, 나만의 길을 찾아 스타트업 ‘Ox Box’를 창업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평소 교육과 놀이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자연스레 교육 사업 쪽으로 길을 정했다. 지난 8개월 동안의 준비 과정은 내게 상상 이상의 기회와 배움을 주었다. 회사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 볼 수 있는 게 자기 사업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공유해본다.

Ox Box는 영국 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사진과 함께 구성한 영유아 놀이교육 프로그램이다. 만 6세까지의 아이들이 영어, 스페인어, 미술, 과학, 수학, 경제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 “세상을 배워 나가는”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겠다. 한 달에 한 번씩 동화책과 놀이교구를 집으로 배달해, 아이와 함께 놀이와 활동을 통해 즐겁고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영어 교육 프로그램인 Ox Box English를 오는 10월 한국과 유럽에서 런칭할 예정이다. 스페인어 교육 프로그램인 Ox Box Spanish도 곧 소개할 계획이다.

가장 힘이 들었던 점, 그리고 지금도 힘이 드는 일은 신념을 잃지 않는 것이다. Ox Box는 “세계 모든 아이들이 큰 꿈을 갖고 클 수 있도록, 놀이를 통해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자”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회사 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직함과 회계사라는 자격증 뒤에서 활동했던 나는 창업 이후로 갑자기 혼자 무인도에 선 듯한 기분을 참 자주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의견도 들을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내가 해야 하는 사업가의 길은 참 외로운 길이고, 그 과정에서 신념을 잃지 않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또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업 실패는 회사 잘못도, 팀원의 잘못도 아닌 ‘나의 실패’라는 두려움에 사실 지금도 한 걸음 한 걸음이 두렵다. 학생 시절 한국에서는 1등에 목매어 공부를 하고, 대기업에 들어간 후에는 “고속 승진”, “최연소” 등의 타이틀에 집념했다. 엄마로서 내 아이들을 성공을 즐기기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서 많이 노력하는데, 정작 나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매일매일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그 과정에 가장 힘이 되는 게 바로 부모님, 남편, 아이들의 응원이다. 사업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은 자기 주변에 든든한 ‘응원군’을 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가족뿐만 아니라 대학 Executive MBA 동기들도 Ox Box에 엄청난 힘을 주고 있다. 세계 각국의 각 분야에서 멋지게 활동하는 친구들이 Ox Box의 성장 과정을 잘 알고 지켜봐 주고 있다. 경험과 진심에서 나오는 조언부터 동화책 초본 검토, 심지어는 계약서 검토까지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한 걸음 두 걸음 성장해가는 Ox Box다. 

운 좋게도 Ox Box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인연을 만나고 도움을 받았다. 옛 회사 동료의 추천을 받아 유럽연합(EU) 장학금과 스타트업 멘토링을 받았고, 세계 제일의 동화 출판사인 ‘어스본 출판사(Usborne Books)’의 도움도 받고, 얼마 전에는 멋진 한국 디자인 에이전시 ‘하우풀’을 만나면서 Ox Box의 한국 런칭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디자인 에이전시 대표도 여성, 실장도 여성이다. 첫 미팅부터 대화가 술술 풀렸던 이유는 어쩌면 여자들만의 걸파워가 통해서인지도?

엄마들이 자기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다분히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투자에 대한 위험부담도 있지만, 남편에게 가족의 생계를 부탁하고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그만두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행복한 아내가 행복한 남편,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들을 만든다 하지 않았던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가끔씩은 이기적인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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