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또 다른 안희정 변호사였다”…성난 여성들 법원 규탄 시위
“재판부는 또 다른 안희정 변호사였다”…성난 여성들 법원 규탄 시위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8.14 23:46
  • 수정 2018-08-15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서부지법 앞 500여명 모여

‘안희정 무죄 판결’ 재판부 규탄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 문화제에서 한 시민이 무죄 판결을 한 재판부를 규탄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 문화제에서 한 시민이 무죄 판결을 한 재판부를 규탄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판결에 성난 여성들이 이번 판결을 내린 서울서부지법 앞을 가득 메웠다.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인권단체와 시민들은 14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 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가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데에 항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오후 문화제 개최가 결정됐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식이 퍼지면서 500여명의 여성들이 서울서부지법을 에워쌌다. 이들은 “안희정이 무죄라면 사법부는 유죄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사법정의는 죽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사법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사회를 맡은 불꽃페미액션 이가현 활동가는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의 법이 여성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로 인해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고 수사조차 받지 못하는 사건이 늘어날까 걱정된다”며 “‘한국의 남성권력은 성폭력 면허를 발부 받았다’는 말도 나왔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안희정은 오늘 판결 직후 ‘다시 태어나겠다’고 말했는데, 감옥에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면서 “안희정은 유죄”라고 강조했다.

이재정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자유발언을 통해 “피해자에게 ‘왜 정조를 지키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가졌던 재판부가 오늘 판결문에선 이같은 미풍은 폐지됐고 여성도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진 시대 왔다며 일관성 없는 판결을 내렸다”며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회구조, 권력관계, 위력 등은 철저히 무시하고 사회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조차 갖지 못한 재판부는 피해자를 의심했다”고 비판했다.

 

한 여성이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 문화제에서 해당 판사 사진이 붙은 피켓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 여성이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 문화제에서 해당 판사 사진이 붙은 피켓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재판부는 수많은 가해자에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며 “성폭력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후졌다”고 질타했다.

김 부소장은 피해자 김지은씨의 말도 전했다. 그는 “피해자가 지지 연명에 참여한 1만여명 분들께 하루에 한 명씩 감사 인사를 해도 27년이 걸린다며, 그때까지 살아서 싸우겠다고 했다”면서 “서명에 동참하고 자발적으로 집회에 오는 분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무죄판결을 규탄하는 ‘안희정 무죄 선고한 사법부 유죄’집회를 열어 자유발언이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무죄판결을 규탄하는 ‘안희정 무죄 선고한 사법부 유죄’집회를 열어 자유발언이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피해자가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한국 여성들에게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싶으면 모든 직업적 커리어를 포기하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판부는 이전 공판에서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내세운 논리를 그대로 보충한 판결문을 읽었다”며 “마치 안희정의 또 하나의 안희정 변호인단 같았다. 사법부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이날 뮤지션 예람과 장혜영씨의 공연과 함께 재판부 규탄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여성들은 안희정 전 지사와 판사의 사진이 붙은 피켓을 부수고, 사진을 찢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편, 여성단체는 오는 18일 오후 5시에 ‘안희정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긴급집회를 개최한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