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 선고한 재판부, 피해자에 “정조” 언급 파문
‘안희정 무죄’ 선고한 재판부, 피해자에 “정조” 언급 파문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8.14 14:44
  • 수정 2018-08-1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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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지난달 6일 피해자 비공개 심문서

“정조 지키지 않고 뭘했느냐” 취지 발언 알려져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14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14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비공개심문에서 피해자에게 “정조를 지키지 않고 뭘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위력’ 여부 였다. 재판부는 ‘위력’과 관련해 “피고인(안 전 지사)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를 좌지우지할 위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피해자를 상대로 한 간음·추행 과정에서는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피해자가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 당했다고 볼 만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5차례 강제추행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 자유가 침해됐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공판 직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무죄 판결은 성폭력 사건의 강력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부정하고 여전히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고 좁게 해석했다”며 재판부를 규탄했다.

이 자리에서 피해자 김지은씨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가 피해자에게 ‘정조’에 대해 질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무죄 선고에 대해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씀하실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됐을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지난 7월 6일 16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이뤄진 피해자 심문에서 재판부는 김씨에게 “정조를 지키지 않고 뭘 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구체적인 내용은 별도로 밝히겠다고 알렸다.

실제로 김씨는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 7월 27일 최후진술에서도 “미투 이후 지난 4개월 중에서 가장 괴로웠던 기억은 그날(7월 6일) 재판정에서의 16시간이었다”며 “심지어 정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제가 긴 시간 진술한 증언들까지 모두 한순간에 수치스럽게 만들어 정말로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죽고만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조란, 성적 관계의 순결을 지키는 일로, 결혼 전에 순결을 지키는 것도 포함하나, 특히 결혼 후 배우자 있는 자가 배우자 이외의 자와 성적 교섭을 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주로 여자의 정조를 의미하는 것이 보통이었다(네이버 두산백과).

그동안 한국 사회는 ‘정조’를 내세워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했다. 정조를 목숨보다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순결 이데올로기는 법에도 그대로 적용돼 과거 성폭력은 형법상 ‘정조에 관한 죄’로 분류됐다. 1995년 형법 개정으로 ‘정조에 관한 죄’는 ‘강간과 추행의 죄’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조’에 대한 관념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입을 막는 장치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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