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엄마 없는 학교를 꿈꾸며
[세상읽기] 엄마 없는 학교를 꿈꾸며
  •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8.08.14 09:53
  • 수정 2018-08-17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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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설명회에 참석한 ‘엄마’들 ⓒ이정실 사진기자
대학입시설명회에 참석한 ‘엄마’들 ⓒ이정실 사진기자

공교육의 목표와 큰 방향 없이

입시 이해당사자들 중심 논의 한계

공교육 정상화 위한 제도,

엄마의 시간·노력·관심 끝없이 요구

“엄마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

공교육 정상화의 참모습“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권고안을 내놓자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새 정부의 교육 정책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사람들은 권고안의 구체적 내용을 떠나 사실상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안과 다름없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실망이 크다. 국민들이 국가교육회의에 거는 기대는 단순히 현재 중3에게 적용되는 입시안 결정을 넘어, 대입정책의 장기적 방향을 설정하여 학교 교육의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학력고사의 폐해가 제기되면서 지난 수십년간 수시와 수능, 입학사정관제, 학종(학생부종합전형)까지 수많은 제도가 도입됐지만, 도입된 제도는 부작용과 부정의를 낳으며 학력고사만도 못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논란을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공론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지만, 원칙과 정의를 위한 기준 없이 여러 이해당사자의 힘싸움에 맡겨놓았다는 점에서 애초에 큰 성과를 보기란 어려웠을지 모른다.

교수직 경력이 짧고 자녀의 대학 입시도 아직 가까운 미래가 아닌 필자의 입장에서 현재 대학 입시의 폐해와 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공교육이 무엇인지, 그리고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이 그러한 폐해를 어느 정도 없애줄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주변의 아우성과 관련 연구 결과를 통해, 과거보다 노력보다는 운, 학생 개인의 역량보다는 부모의 돈과 연줄이 대학을 들어가는 데 더 큰 힘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국가교육회의의 대입 개편 가이드라인인 수능 위주의 전형 비율 확대,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전환,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 기준 활용 여부를 대학에 위임한다는 내용은 대학 입시에서 과정의 공정성과 결과의 정의는커녕, 능력주의라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 공교육의 목표와 큰 방향 없이 입시에 당면해 있는 이해당사자들 중심의 공론화 논의는 한계가 있다. 교육부는 “새 대입개편안을 통해 시험과 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창의토론형 교육으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지금까지 교육부가 취해왔던 교육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혁신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시험을 보지 않으니, 교사는 학생의 학업 성취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열심히 가르칠 동기가 없고 부모는 학업 성취를 평가해 줄 학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창의토론형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독서논술과목을 사교육 필수 과목으로 만들었다.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도록 한다는 자유학기제는 남보다 한발 앞서 ‘진도 빼는 학기’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자유학기제 도입 이후 월 600만원이상 고소득가구의 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 투자가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학생부의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인정되는 봉사활동은 ‘자발성과 헌신성’에서 하는 활동이 아니라 입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활동으로 전락했다. 부모의 네트워크에 따라 봉사활동의 기회도 달라진다.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며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부모, 특히 엄마의 시간, 노력, 관심을 끝도 없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고 입시 경쟁없이 창의적이고 행복한 아이를 만들겠다는 교육부 정책들이 엄마의 발품과 정보력을 위한 시간을 밑거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원, 자유학기제, 봉사활동 스케줄을 짜고 관리하는 엄마의 시간과 그러한 시간을 뒷받침하는 재력이 대학입시의 승패를 결정지을 때, 과연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는가. 교육 정책의 방향을 고민할 때, 정부관계자들은 이 정책이 엄마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 보호자 없는 병동처럼, 엄마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의 참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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