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올린 공모전 수상작

무단횡단 여성에 ‘당신은 고라니가 아닙니다’

소비자들 “여성·동물 비하” 비판

러쉬코리아 “비하 의도 없어”

 

러쉬코리아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사 공모전 수상작 동영상 중 ⓒ러쉬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러쉬코리아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사 공모전 수상작 동영상 중 ⓒ러쉬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의 한국 법인 러쉬코리아가 여성·동물 비하 온라인 콘텐츠를 올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러쉬코리아 측은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으나 소비자들의 질타를 막기엔 부족해 보인다.

 

문제의 콘텐츠는 러쉬코리아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사 공모전 수상작 동영상이다. 영상 속 젊은 여성이 무단횡단을 하려 하자, 거리에 붙은 ‘무단 횡단 금지’ 표지가 ‘당신은 고라니가 아닙니다’ 표지로 바뀐다. 표지를 본 여성은 마음을 바꿔 횡단보도를 건넌다. “‘러:詩적표현 수상작’ ‘무단횡단금지’라는 말 대신 ‘당신은 고라니가 아닙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러쉬스럽고 재치있는 문구 자꾸자꾸 생각나는 표지판! 친구야 이거 어때?”라는 글과 함께 게시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야생동물 로드킬을 인간의 무단횡단에 빗댄 데다가, 여성 무단횡단자를 고라니에 빗대 동물과 여성을 비하한 콘텐츠’라는 비난이 거세다. 여성의 무단횡단을 막으려 쓰인 ‘당신은 고라니가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널리 쓰이는 여성혐오 표현 ‘보라니’를 연상케 해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보라니란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말과 고라니의 합성어로, 여성이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을 고라니가 도로에서 차에 치이는 데 빗댄 말이다. ‘여성은 오직 앞만 보고 무단횡단을 한다’는 성차별적 인식에서 나온 말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지에는 러쉬코리아 측의 해명을 요구하는 댓글들이 가득하다. 러쉬코리아가 국내 진출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도 “동물보호, 인권, 환경보존에 지속적으로 공헌”하는 브랜드를 표방해 왔기에 더욱 파문이 거세다. 소비자들이 약 일주일째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러쉬코리아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러쉬코리아 측은 여성이나 동물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주희 러쉬코리아 홍보팀장은 6일 여성신문에 “여러 수상작 중 하나를 SNS에 공개한 것이다. 동물권과 관련해서는 표현이 좀 가볍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표현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여성비하 의도는 없었다”라며 “온라인 여론을 지켜보면서 대처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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