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운터스(감독 이일하) 언론 시사회가 1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영화 '카운터스'(감독 이일하) 언론 시사회가 1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영화 ‘카운터스’ 8월 15일 개봉

일본 혐한 단체에 맞선 시민들 활약상

 

2016년 일본의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에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평범한 일본 시민들의 자발적 대항운동이 토대가 됐다. 독특한 점은 대항운동의 동력이 혐오단체와 이들을 보호하려는 경찰과의 몸싸움 등 과격 시위였다는 점이고, 그럼에도 대항운동의 규모는 점점 더 확대됐다는 점이다. 심지어 단체의 대장이 야쿠자 출신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 개봉하는 영화 ‘카운터스(감독 이일하)’는 일본 도쿄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본인들의 혐오 발언(헤이트스피치)에 맞서싸운 ‘오토코구미’(男組·남자조직)를 중심으로 3년 여에 걸친 실제 영상기록을 담은 다큐 영화다. 카운터스는 오토코구미 외에도 타격부대, 서명 부대, 낙서지우기 부대, 알려주기 부대 등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행동주의자를 가리킨다.

1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카운터스’ 언론시사회에 이일하 감독과 일본인 출연진 이토 다이스케, 시마자키 로디가 참석했다.

영화 속 시간은 지난 2013년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라는 혐한 단체가 도쿄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던 당시에서 출발한다. 재특회의 시위에 ‘데모를 방해하러 가자’는 한 평범한 시민의 주장이 트위터에 올라왔고, 여기에 시민들이 참여하기 시작한다. 맨 처음 2~3명으로 조촐하게 시작된 오토코구미는 재특회의 혐오 데모 장소에 가서 대항하는 발언을 하다가 공격을 받는다.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오토코구미에는 야쿠자 출신 다카하시도 합류한다. 모임의 대장이 됐지만 그의 전직답게 모범적이거나 이상적인 인물이 아닌 독특한 인물이라는 점도 특이할만 하다. 혐오시위대의 시위와 공격에 맞서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과에도 연행되면서 최전선에서 육탄전을 벌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법의 맹점이다. 경찰은 혐오 발언을 하기 위해 사전에 집회를 신청한 재특회를 보호해야 하고, 반면 신청하지 않은 채 이를 제지하는 오토코구미는 연행의 대상이 된다.

혐오 대항운동 카운터스에 참여하는 일본인의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 처음엔 재특회의 인원이 훨씬 많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어느 순간 카운터스의 숫자가 더 많아지는 장면은 통쾌함을 준다. 카운터스에는 오토코구미 외에도 타격부대, 서명 부대, 낙서지우기 부대, 알려주기 부대 등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행동주의자를 가리킨다.

 

영화 카운터스(감독 이일하) 언론 시사회가 1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영화 '카운터스'(감독 이일하) 언론 시사회가 1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카운터스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아리타 의원은 마침내 ‘혐오표현금지법’을 의회에서 발의한다. 혐오표현금지법은 공공장소에서 혐오발언을 금지하는 법이다. 정식 법안 명칭은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안(이하 혐오표현금지법)’이다. 일본 외 출신자 등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가 시급한 과제임을 감안해 그 해소를 위한 대책을 기본이념으로 정하고, 국가 등의 책무를 밝힘과 동시에 기본적 시책을 정해 이를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2016년 3월 공포됐다.

오토코구미의 일원인 시마자키 로디는 “13년부터 카운터 활동이 시작됐는데 우리의 가장 큰 업적은 ‘혐오 데모(헤이트스피치)’라는 말을 일본 사회에 알리게 된 게 가장 큰 공”이라고 꼽았다.

이일하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로 “18년간 일본에서 살았고 방송국에도 취직했지만 나를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걸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길거리에 나와서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재특회가 나타났다. 하루는 도쿄 신오쿠보 코리아타운의 한국 슈퍼에 라면을 사러 갔다가 ‘헤이트스피치’와 실제로 마주하게 됐는데, 티비나 잡지, 인터넷으로만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고 다큐 만드는 사람으로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혐오표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의 변화로 이 감독은 “벌칙이나 규제는 없는, ‘헤이트스피치는 나쁘다’는 것을 정의한 이념법이어서 헤이트스피치를 하지 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효과는 상당히 있다. 법으로 인해 지자체에서 재특회 등 혐오 단체 사람들에게 시설을 빌려주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데모 내용이 차별에 관한 내용, 혐오를 말하는 것이면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경찰들이 항상 감시한다. 예전엔 카운터스를 감시했는데 이제는 혐오 발언하는 이들을 감시하고 데모를 중지시킬수도 있다. 이런 점이 많이 변했다”고 전했다.

카운터스의 대항운동 방식 중 하나인 폭력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로디는 “저는 직업이 사진 작가다. 이걸 찍어서 사회에 보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차별주의자와 동료가 되지 않기 위해 찍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