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20~50대 1000명 설문조사

국민 80.7% 성별 기반 혐오표현 ‘심각하다’ 인식

여성·연령 낮을수록 심각성 인식 비율 높아

‘탈코르셋 운동’ ‘혜화역 시위’ 지지 안함 40.4% 

‘김치녀’ ‘한남충’ 알지만 쓰는 사람 열에 한 명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여성 1만2000여명이 불법촬영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여성 1만2000여명이 불법촬영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민 80.7%가 성별을 기반으로 한 혐오표현을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여성이, 젊은 세대일수록 심각성을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여성 두명 중 한 명은 ‘탈코르셋 운동’과 ‘혜화역 시위’를 지지하는 반면, 남성은 여성의 절반 수준인 20.3%만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성별에 따른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20~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80.7%가 성별을 기반으로 하는 혐오 표현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한다고 31일 밝혔다. 이 가운데 응답자의 28.5%는 매우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고, 약간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52.2% 였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85.8%)이 남성(75.6%)에 비해 혐오 표현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지만, 어린 세대일수록 심각성을 더 강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매우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을 살펴보면, 20대(48.0%)는 40대(22.0%)와 50대(14.0%)의 2~3배 수준으로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여성성을 강요당했던 억압적 꾸밈 문화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여성들의 움직임인 ‘탈코르셋 운동’과 불법촬영 근절을 외치며 6만여명이 모인 ‘혜화역 시위’에 대해서도 성별에 따라 지지 여부가 갈렸다.

여성 응답자의 50.8%가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에 반해, 남성은 21.8%만이 지지한다고 답했다. 연령대 별로는 ‘지지한다’는 비율에 있어서 20대(34.4%), 30대(26.8%)에 비해 오히려 40대(39.2%), 50대(44.8%)가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런데 ‘강력히 지지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30~50대가 대략 4% 내외 범위에 드는 반면, 20대만 그  2배 이상인 10.0%로 나타났다.

‘탈코르셋 운동’이나 ‘혜화역 시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404명의 응답자들은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그런 운동이나 시위로 인해 오히려 페미니즘, 성차별, 여성혐오 같은 사회이슈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확대될 것 같아서’(72.5%)를 꼽았다. 언론진흥재단은 "‘탈코르셋 운동’이나 ‘혜화역 시위’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다수는 여성인권을 개선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공개적 움직임이 오히려 여성 관련 사회이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코르셋 운동’과 ‘혜화역 시위’를 지지하는 363명은 그 지지 이유로 ‘우리사회의 여성 인권 및 여성에 대한 처우가 어떻게든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서’를 가장 높은 비율(63.9%)로 선택했다. 그 다음으로는 ‘우  리사회의 여성 인권 및 여성에 대한 처우가 실제로 개선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가 22.3%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들 4명 가운데 3명은(75.6%) ‘김치녀’, ‘한남충’과 같은 성별에 따른 혐오 표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거의 써본 적 없거나(35.1%), 한 번도 써본 적 없다는(53.2%) 나타났다.

여성혐오와 남성혐오에 대한 생각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여성혐오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남성혐오는 그 차별에 대한 여성들의 반감이나 저항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항목에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성은 62.8%(매우 동의 16.0%, 약간 동의 46.8%)가 동의한다고 답한 데 비해, 남성은 그보다 14.6%p 적은 48.2%만이 동의한다고 밝혔다.

혐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언론의 적극적이고 철저한 팩트체크(사실확인)를 통해 성별 관련 혐오에 대한 허위정보를 걸러낸다’를 고른 응답자가 34.6%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성별 관련 혐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대국민 캠페인과 교육을 실시한다’(26.2%),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 성별 관련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를 자제한다’(25.0%)가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이 자율규제나 교육·캠페인을 통한 인식 개선에 비해 관련 법 내지 삭제 조치 등을 통한 외부적 규제를 효과적인 해결 방안으로 선택한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각각 8.2%, 6.0%).

이번 조사를 총괄한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과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언론진흥재단 ‘Media Issue’ 4권 7호에서 “성별 간에 존재하는 뚜렷한 인식 차이가 여성혐오, 남성혐오의 기반이 되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결국 최근에 조명을 받고 있는 성별 간 혐오표현 문제는 일부 집단의 단발적인 자극이나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성 역할과 평등 및 인권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임을 이번 조사결과는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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